박민지(32) 플라이어스 대표는 사람들의 버킷리스트를 이뤄주기 위해 창업했다. 플라이어스는 말 그대로 ‘나는(Fly) 사람들(-ers)’을 의미한다. 개인이 가진 꿈의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게 도와주는 플라이어스는 2016년 10월 시작됐다. 버킷리스트를 달성하기 위해 뜻이 맞는 이들을 모아 그들과 함께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실현시킬 수 있는 네트워킹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플라이어스에는 창업 이후 200여 명의 플멤(플라이어스 멤버)이 참여했으며, 지금까지 달성한 버킷리스트가 100여 개에 달한다. 현재 플라이어스에서는 버스킹, 미술작품 전시회 탐방, 출판, 기차여행 등 다양한 버킷리스트 도전들이 진행되고 있다.
플라이어스를 대표하는 핵심 단어는 바로 ‘버킷리스트’. 버킷리스트는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이다. 그러나 박 대표에게 버킷리스트란 ‘지금 당장 달성하고 싶은 일’이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나 ‘워라밸(워크&라이프 밸런스)’ 등 개인의 행복이 점점 더 중요시되는 가운데 크고 거창한 목표를 세우면 이루기 힘들어 오히려 절망감을 느낄 수 있으므로 작은 목표부터 달성하자는 것이 박 대표의 뜻이다.
박 대표가 ‘버킷리스트’에 관심을 가진 건 창업 이전 회사원 시절부터다. 우리 사회에 워라밸과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이전이다. 박 대표는 “여느 취준생이나 직장인이 그렇듯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곳에 취업하는 게 꿈이었다”며 “그런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고 결국 직장인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표의 앞에 펼쳐진 건 ‘무기력’과 현실에서 느껴지는 부족한 ‘자기통제’였다. 박 대표는 “직장을 다니면서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다. 내 눈앞의 현실이 너무 힘들어서라기보단 내일도 모레도 똑같은 일상이 반복된다는 사실이 스스로를 무기력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심리학을 전공한 박 대표는 자신에게 내재된 에너지나 욕망 등을 표출하는 방법에 대해 다른 이들보다 배로 고민을 했다고. 박 대표는 매일 반복되는 현실에 본인의 기분이나 자아에 대한 통제력을 서서히 잃어가는 삶에 주도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액션을 취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생각했다. 개인이 주도적으로 어떤 일에 뛰어든다면 성공 여부를 떠나 결과를 더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란 게 박 대표가 버킷리스트 달성을 고안한 이유다.
매일 꿈을 이뤄가는 박 대표는 행복하다. 오늘이 있기까지 박 대표도 청년 창업가로서 겪을 수밖에 없는 난관에 봉착했던 적이 있다. 바로 경제적 여건이다.
현재 자체적 수익구조로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는 박 대표는 경제적 여건이라는 현실의 어려움 앞에서도 청년 창업가들이 지원 사업에 매달리는 점은 지양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박 대표는 “지원 사업 수가 많고 금액이 워낙 크다 보니 처음 창업에 뛰어든 이들이 지원 사업에 매달리는 경우가 있다”며 “이후 자칫 내가 하고 싶은 사업보다 지원 단체가 원하는 사업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창업은 단순히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뛰어들면 안 된다. 창업을 통해 무엇을 원하는지 본인이 명확하게 알고 신념, 청사진, 비전을 갖고 있어야 지원금 여부에 상관없이 창업에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처럼 험난한 창업에 대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과정 중에서도 ‘시작’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박 대표는 “현재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내 인생의 결론이 아니며 창업도 마찬가지”라며 “이 과정이 더욱 나를 알아가는 프로세스이고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다음 버킷리스트는 플라이어스에서 달성한 도전들의 기록을 모아서 잡지나 책 등의 출판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박 대표는 “100여 개의 버킷리스트가 플라이어스에서 달성됐지만, 어느 것이 더 소중하거나 덜 소중한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가 가치를 지니고 있다”며 “그런 경험들을 모은 잡지를 만들어 독자들에게 ‘나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게 현재의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