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미술 선구자인 김환기가 1972년 그린 붉은색 전면점화가 낙찰가 85억 원을 넘어섰다.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다.
김환기의 '3-II-72 #220'은 27일 홍콩 완차이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서울옥션 제25회 홍콩세일에서 6200만 홍콩달러(약 85억2996만 원)에 최종 낙찰됐다. 구매 수수로 18%는 포함되지 않은 가격이다.
직전 최고가는 지난해 4월 케이옥션 서울경매에서 김환기 푸른색 전면점화 '고요 5-IV-73 #310'(1973)이 기록한 65억5000만 원이었다.
김환기는 이번 경매를 통해 자체 기록을 경신했다. 김환기 작품은 지난 3년간 총 6차례 연속 최고가 기록을 썼다.
'3-II-72 #220'은 김환기 작품 세계가 절정에 이르렀다고 평가받는 미국 뉴욕 시절의 전면점화 중 하나다. 세로 254㎝, 가로 202㎝ 대형 면포 위에서 수많은 붉은색 점이 엇갈리는 사선 방향으로 패턴을 이루는 이 작품은 상단에 푸른색 점들이 작은 삼각형을 이루며 가미된 것이 특징이다.
또한 투명한 진홍빛 색조로 화려하면서도 진중한 느낌을 선사한다.
작품의 경매 시작가가 직전 최고가보다 크게 높았음에도 낙찰된 것은 추상미술 선구자라는 작가의 미술사적 지위에 희소한 색조도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김환기 전면점화의 대다수는 푸른 색조로 지금까지 파악된 붉은색 전면점화는 넉 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번 85억 원의 낙찰로 국내 미술품 경매가 1~6위가 모두 김환기의 전면점화로 채워지게 됐다.
김영나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김환기 전면점화는 그 시대 세계적인 예술 흐름과 같이 하면서도 당시 어느 나라 어떤 작가에게서도 볼 수 없는 아주 독자적인 맛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