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3세 경영인 구본무(73) 회장이 20일 숙환으로 타계하면서 외아들 구광모 LG전자 B2B사업부장(상무)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장자 상속'을 원칙으로 삼아온 LG가(家)의 원칙이 이번에도 지켜진 셈이다.
앞서 LG그룹은 지난 1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구광모 상무에 대한 등기이사 추천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구 회장의 건강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서울대병원 입원 사실이 알려졌고, 그룹 측이 경영권 승계 작업을 서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내달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구 상무의 등기이사 등재를 확정한다. 구 상무가 임시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되면 사실상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다.
구 상무는 원래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이었다. 그러나 구본무 회장의 외아들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후 구 회장이 2004년 양자로 입적했다. 이때부터 LG가의 후계자로 낙점됐고 그룹 요직을 두루 거치며 경험을 쌓았다.
1978년 생인 구 상무는 서울 영동고교를 거쳐 미국 로체스터 공대를 졸업했다. 구 회장이 양자로 입적한지 2년 뒤인 2006년 LG전자 재경 부문에 대리로 입사해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입사 이듬해인 2007년에는 미국 스탠퍼드대 MBA(경영학석사) 과정에 입학하며 견문을 넓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도에 자신의 전공 분야인 IT(정보기술) 실무를 익히기 위해 학업을 중단하고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겨 1년간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미국 뉴저지법인, TV·오디오를 담당하는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선행상품기획팀,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홈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 창원사업장 등을 거쳤다. 제조와 판매 현장, 해외와 지방 등을 두루 경험한 셈이다.
2014년에는 지주사인 ㈜LG 경영전략팀 상무로 승진했다. 이후 그룹의 주력사업과 미래사업을 챙기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획해 왔다. 올해부터는 LG전자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B2B사업본부의 정보디스플레이(ID)사업부장을 맡았다. 2월에는 ID사업부를 이끌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상업용 디스플레이 국제전시회 ‘ISE 2018’에 참가해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구 상무에 대한 LG그룹 내부의 평가는 "겸손하고 소탈하다"는 것이다. 동료들을 존중하면서 이들과 함께 야구장을 찾는 등 격의 없이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 상무는 미국 유학 중 만난 아내 정효정씨와 2009년 결혼해 1남 1녀를 두고 있다. 정씨는 식품원료기업 보락 정기련 대표의 장녀다.
LG그룹 측은 “구 상무의 일하는 방식은 실행을 깊이 챙기고, 고객과 시장 등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선제적으로 시장을 만들고 앞서가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는 데 힘을 쏟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