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심의하는 감리위원회가 17일 예정된 가운데 감리위원의 이 같은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자칫 위원 중 상당수가 회의 시작 전부터 이미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원 구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감리위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감리위 당연직인 김광윤 아주대 교수(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위원장)는 16일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조사만 한 것이고 결과는 뒤집힐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종 의결기구는 증선위”라며 “중간 단계에서는 모든 것이 유동적”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김학수 증선위원과 자신을 감리위원에서 제척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가당치 않은 얘기”라며 “합리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마이크로스프트나 구글도 초창기에는 다 적자였다. 규제 일변도로 하면 경쟁에 뒤처진다”며 “특정 기업을 봐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 결과를 놓고 얘기를 해야지 위원들 뒷조사를 하면서 누군 되고 누군 안 된다는 식의 흠집 내기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2016년 8~10월 한공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를 무혐의로 종결할 때도 위탁감리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김 증선위원은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할 수 있도록 상장 규정을 개정했다. 이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이들을 감리위원에서 제척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금융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한 참여연대에 대해 “이 정부의 경제 정책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다”며 “인사에 책임이 있는 곳이기에 할 말이 없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가 금감원의 조사와 참여연대에 대해 지닌 부정적 인식은 문제의 소지가 되기에 충분하다. 감리위 당연직이 편향된 시각을 통해 이미 결론을 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감리위원들은 아직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분식회계로 판단한 근거 자료를 모두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편향된 시각이 결론 산출의 근거인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감리위원 상당수가 김 교수와 같은 의견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8명의 감리위원 중 5명은 분식회계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리위원 당연직은 김학수 증선위원과 김광윤 교수를 포함해 박정훈 금융위 자본시장국장, 박권추 금감원 회계전문심의위원이다. 민간위원은 임승철 금융위 파견 법률자문관(검사), 이한상 고려대 교수, 정도진 중앙대 교수, 이문영 덕성여대 교수, 송창영 세한 변호사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송 변호사는 친척이 삼성에서 근무하고 있어 삼성바이오로직스 심의에서 배제됐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 15일 “감리위는 증선위와 달리 행정기관 위원회 법 적용을 받지 않는 자문위원회”라며 “감리위 명단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밝힌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미 정도진 교수, 송창영 변호사 등이 감리위원임을 인터넷상의 프로필에 밝히고 있다. 박재환 현 증선위 비상임위원 역시 금융위 홈페이지에 감사위원 경력을 명시해 놨다. 이처럼 이미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사안을 비공개로 하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더욱이 금융위가 감리위는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금융위 고시사항)에 근거를 둔 자문기구라 공개 의무가 없다고 한 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금감원 내 제재심의위원회 역시 금융위가 고시한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제34조에 자문기구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제재심 위원은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하고 있다.
또 감리위는 자문기구이지만 이곳에서 결정한 내용은 증선위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성격은 자문기구이지만 실제는 사실상 준의결기구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감리위원의 명단과 회의 내용 역시 다른 자문기구와 마찬가지로 공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