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국제의결권자문기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모비스 분할ㆍ합병 반대' 입장에 대해 "국내 법규를 외면한 결과"라며 정면 반박했다. 분할합병을 결정짓는 캐스팅보트는 모비스 지분 9.82%를 쥔 국민연금의 손으로 넘어갔다.
16일 현대차그룹은 공식입장을 통해 "ISS가 해외 자문사로서 순환출자 및 일감 몰아주기 규제, 자본시장법 등 국내 법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의견을 제시했다"며 "장기 투자자 및 그룹의 미래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투자자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이날 발표는 앞서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이 나온 이후 가장 공격적이다. 그동안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 및 시민단체의 반대 입장에 대해 "주주의견을 경청하고 소통하겠다"며 원론적 입장을 유지해온 것과 대조적이다.
◇원론적 입장 현대차그룹, 강경입장으로 급선회 = 현대차그룹은 이날 총 6가지 항목을 앞세워 ISS의 반대 권고안을 조목조목 반대했다.
그룹 측의 입장은 △개편안이 모비스 주주에게 이익이 될 것 △ISS는 분할합병을 뒷받침하는 수량화된 정보가 없음 △분할합병후 글로비스는 SCM(Supply Chain Management : 공급망 관리)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것 △엄격한 자본시장법을 포함한 국내 법에 근거한 개편안임 △순환출자 및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선제 대응, 대주주의 사회적책임 강화를 포함 △후속 대주주 지분거래의 확실성 및 공정한 거래조건 보장 등을 골자로 삼고 있다.
모비스 주주총회를 10여 일 앞두고 나온 ISS의 권고안에 대해서는 어느 때보다 강경한 입장을 앞세운 배경에는 이들의 의견이 사실상 외국계 투자자의 의결권 향방을 가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호지분 30.1% 앞세워 외국 자본 47%에 맞서는 중 = 모비스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지분은 주총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우호 지분은 정몽구 현대차 회장 개인 지분(6.96%)을 포함해 기아차(16.88%), 현대제철(5.66%), 현대글로비스(0.67%) 등 총 30.17%다.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의 권고안을 따를 것으로 전망되는 외국인 투자자는 지분 47.72%를 보유 중이다. 결국 지분 9.83%를 틀어쥔 국민연금에게 이른바 '캐스팅보트'가 넘어간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단순한 지분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국민연금의 결정이 다른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의사결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단기 이익에 집중하는 외국계 자본과 기업의 가치 투자자들간의 대치로 분석하고 있다. 예컨대 분할ㆍ합병을 정면으로 반박한 엘리엇의 경우 모비스 지분 1%대를 보유하고 있고, 보유 기간 역시 6개월에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장기적 투자보다는 개편과정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이 다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민연금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앞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만큼 이번 모비스 분할합병에는 최대한 의결권 자문기관의 입장을 참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과 의결권 자문 계약을 맺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이날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안에 대한 권고안을 국민연금에 전달할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의견궐 행사 때 기업지배구조원의 권고안을 근거로 삼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의 입장에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