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과 채찍’을 협상 전략으로 구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통신장비·스마트폰 업체 ZTE를 대상으로 당근책을 제시했다.
13일(현지시간) CNN머니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ZTE에 대한 제재 완화를 시사했다. 그는 “중국 대형 휴대전화 업체인 ZTE가 신속하게 사업할 수 있도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너무 많은 일자리를 잃었다”며 “미 상무부에도 지시가 전해졌다”고 덧붙였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16일 ZTE가 미국 기업과 거래를 7년간 할 수 없도록 제재했다. 앞서 ZTE는 미국 기업들로부터 구매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제품을 이란 전기통신사업자 TCI에 공급한 혐의로 벌금을 부과받았으며 관련 임직원을 징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미 상무부는 ZTE가 약속을 어기고 임직원에게 상여금을 지급했고, 상무부 조사에서 이를 숨기기 위해 허위로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미 정부의 초강도 제재에 ZTE는 핵심 부품을 공급받지 못해 생존의 위협을 받았고, 지난주 주요 영업활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스마트폰 사업부 매각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도 흘러나왔다.
트럼프의 발언은 이번 주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해 2차 무역협상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류 부총리는 이번 주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며, 이후 시 주석의 최측근인 왕치산 부주석이 방미할 가능성도 있다. 왕치산의 워싱턴 방문은 내달 말 또는 7월 초로 관측된다.
지난 3~4일 미국 경제 대표단이 중국 베이징을 찾아 무역협상을 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그런데 돌연 트럼프가 ZTE 제재 완화를 표명하자 이번 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중 무역협상에 가시적인 진척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ZTE 제재 완화를 대가로 무역 문제에서 중국에 양보를 노리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ZTE의 휴대전화 판매 사업부는 미 시장에서 4번째로 큰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직원은 7만5000명에 달한다. ZTE는 퀄컴 인텔 등 미국 업체의 부품을 공급받고 있으며 이는 ZTE 전체 부품 중 25~30%를 차지한다. 한 ZTE 관계자는 지난 11일 “우리 기업은 부품 조달을 위해 작년에 23억 달러(약 2조4541억 원)를 미국에 있는 211개 수출업체에 지불했다”고 밝혔다.
클레어 리드 미국 무역대표부(USTR) 중국 담당 차관보는 “ZTE가 제재를 받은 것에 중국 지도부는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이는 지난달 초 미국이 중국 수입품에 500억 달러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위협보다 중국 당국에 더 큰 타격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거꾸로 중국이 미국의 주요 기업 중 하나를 붕괴시키려 한다며 미국이 어떻게 느끼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ZTE는 미 상무부의 조치가 부당하다 느낄 수 있지만, 미국의 초강도 제재에 중국은 양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아담 쉬프 하원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미국은 중국의 일자리보다 자국의 국가 안보에 신경써야 한다”며 트럼프의 트윗을 비판했다. 이어 “우리 정보기관은 ZTE의 기술이 사이버 보안 위협을 제기한다고 경고했다”고 반발했다.
한편 트럼프의 이 같은 갑작스러운 트윗은 아카시아커뮤니케이션스, 오클라로 같은 미국의 광학 부품 제조업체의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CNBC는 분석했다. 이 기업들은 지난달 미 상무부의 ZTE 제재 당시 주가가 급락했다. 작년 기준으로 ZTE의 매출 비중이 30%에 달하는 아카시아커뮤니케이션스 주가는 지난달 미 상무부의 제재 당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출의 18%가 ZTE로부터 발생하는 오클라로는 지난 한 달 동안 주가가 17%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