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지는 TDF] “가입 시점 빨라지고 패시브펀드 비중 늘어”

입력 2018-05-0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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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탈러 시카고대 교수는 저서 ‘넛지(Nudge)’에서 경제 주체는 비이성적이므로 금융상품에서 ‘자유주의적 개입주의’가 작동되는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는 젊은 층의 퇴직연금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연금 가입 의사를 밝힌 후 가입하는 방식에서, 자동 가입 뒤 탈퇴 의사를 밝히는 방식으로 가입 방식을 바꾸었다. 방식을 바꾼 후 퇴직연금 가입자는 크게 늘었다.

투자자들의 자산 리밸런싱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고안하기 시작한 금융상품이 ‘TDF’다. TDF는 은퇴시점을 타깃데이트(Target Date)로 설정하고, 생애 주기에 따라 자산 배분을 조정하는 펀드다. 자산을 축적해야 하는 시기에는 위험자산의 비중을 높게 가져가고, 은퇴시점이 다가올수록 채권펀드 등 안전자산의 비중을 점차 높인다. 은퇴 이후에는 쌓아온 자산을 배분하는 시기로 자산 보존이 자산 관리의 주요 목표가 된다.

TDF는 투자자들이 리밸런싱을 많이 안 한다고 가정하고 은퇴 시점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자산 비중을 자동적으로 리밸런싱해준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은퇴 자산 관리가 수월해졌다.

투자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길고 은퇴자산 관련 금융상품이 다양한 미국에서도 자산 리밸런싱에 대해 어려움을 겪는 투자자들이 많다. 1993년 미국에서 만들어진 TDF는 2000년대 이후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들어섰다. 최근 TDF 유형별로 자금 유입 동향을 살펴보면, 과거보다 가입 시점이 빨라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TDF가 활성화하면서 2020년 이후의 은퇴 자산 투자자들이 TDF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도 눈에 띈다. 2017년 말 은퇴시점이 30년 이상 남은 2060년과 2055년 유형의 자산이 각각 63억 달러와 283억 달러가 운용되고 있다. 투자자의 위험 민감도에 따라 펀드별로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기준은 다르다. 하지만 TDF 프레임상 시간에 따른 위험 자산의 비중 축소는 모든 펀드가 동일하게 이루어진다.

위험자산은 △미국 대형주 △미국 중소형주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주식 △신흥국 주식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안전자산은 △해외채권 △미국 하이일드채권 △국공채 △물가연동국채 등으로 구성된다.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국내(미국) 주식뿐만 아니라 선진국과 신흥국에도 분산 투자한다.

시장 규모가 미미했던 1990년대에는 투자 효율성을 위해 패시브펀드의 비중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2000년대 전후 TDF로 자금 유입 규모가 늘어나면서, 액티브펀드의 비중이 매우 빠르게 높아졌다. 2000년대 중반까지 액티브 비중은 70%를 넘었으나, 2008년 이후 패시브 시장이 성장하면서 TDF에서도 패시브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기 시작했다. 2003년 5%에 불과했던 TDF펀드의 패시브 비중은 2017년 42%까지 높아졌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저금리로 인한 자산의 기대수익률 하락은 TDF 자산배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3~4년 전의 자산배분보다 위험자산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자산배분안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미국에서 운용된 TDF의 성과를 살펴보면 10년 동안 연평균 3.9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자산 투입 시점을 감안해 투자자 수익률(Investor Return)을 계산하면, 평균 5.38%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투자 기간이 길어지면서, 주식시장이 약세를 기록할 때 자금 유입 규모가 상대적으로 커지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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