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앞선 환담 자리에서 “앞으로 북측과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이 모두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오시면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는 점”이라며, “평창동계올림픽에 갔다 온 분들이 모두 평창 고속열차가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이런 좋은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고 말했다.
어디 열차뿐이겠는가? 남ㆍ북한 간 경제규모를 보면 남한이 북한에 비해 경제총량은 45배, 1인당 소득은 22배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적 체제와 함께 이러한 경제여건의 격차는 생활방식 및 인식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서 이러한 격차를 극복하는 것은 커다란 과제이다.
정부는 거시적인 틀에서 경제협력 및 한반도 신(新)경제 구상을 마련하고, 북한의 경제발전과 개발을 지원하기 위하여 막대한 재원을 동원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오랜 분단의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사회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남북한 사이에 갈등을 심화시킬 수도 있는 자본주의 방식의 일방적 지원을 지양하여야 한다. 큰 틀에서는 정부가 많은 역할을 해야 하겠지만 민간 차원의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금융의 역할도 중요하다. 피를 흐르게 하면서 사람의 몸을 정화하고 유지하게 하는 혈관과 같이 금융은 경제의 흐름을 활발하게 한다.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위하여는 정책금융과 제도권 금융이 필요하지만, 미세혈관을 흐르면서 몸의 곳곳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마이크로크레딧, 임팩트 투자, 지역 금융과 같은 사회적 금융도 필요하다. 소액금융,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과 같은 개념은 사회주의에 익숙한 북한에 더 잘 맞는 개념일 수도 있다. 이렇게 사회문화적 격차가 큰 경우에는 사회적 금융이 많은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사회적 금융이 언어, 문화와 생활방식이 아주 다른 국제개발에도 적용되면서 크게 확산하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이다. 그냥 주는 것보다 현지의 사람들이 스스로 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면서 자원의 선순환을 이루는 것이다.
사회적 금융은 자본보다도 사람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냥 돈만 건네주는 것이 아니다.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도구를 빌려주면서 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들로 하여금 어장을 만들 수 있는 방식을 알려주는 금융이다. 이를 위하여 사회적 금융은 지원 대상자를 분석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눈높이 금융이다.
70년에 이르는 분단의 세월은 남·북한 사이에 너무나 많은 차이를 만들어냈다. 경제적 지원에 앞서 이러한 격차를 극복하는 것이 우선과제이다. 같은 공간에서 교육을 받고 생활하면서도 심각한 사회적 격차와 이념적 갈등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사회의 실상인데, 그렇게 오랜 세월 다른 체제에서 지냈던 남·북한 간의 협력과정에서 예상되는 문제는 불 보듯 뻔하다.
장기적 관점에서 준비해야 한다. 먼저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금융을 활성화해야 한다. 많은 실험을 통하여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금융을 경험하고 이를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