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을 요구한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 제안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합병을 골자로 한 기존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바꿀 직접적인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24일 “지배구조 개편안을 원안대로 추진하되 이 과정에서 나오는 주주의 의견을 존중하고 설득에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앞서 발표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출자구조 재편 계획은 투명경영위원회와 이사회를 통해 충분히 검토한 사안”이라며 “단순한 지배구조 개편을 넘어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이른바 (글로비스)일감 몰아주기 문제까지 풀어내는 상징적 의미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차와 모비스를 합병할 이유가 미약하지만,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부분이 많다”며 “글로비스의 경우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회사인데, 이 회사를 빼고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전날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을 골자로 한 제안서를 발표했지만, 합병에 관한 한 현대차는 이들의 요구를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 TF팀에 참가했던 관계자는 “개편안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뒀다”고 말해 엘리엇이 이번에 제시한 안이 시나리오 중에 있었음을 시사했다. 설사 엘리엇이 현대차나 현대모비스 주식을 매집하기 시작한다 해도 이를 바탕으로 모비스와 글로비스 간 합병을 반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투자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엘리엇이 보유한 현대차그룹 3사의 비중이 1.5%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다만 엘리엇이 제시한 다른 요구, 예컨대 주주환원과 이사회 개편 등에 대해선 긍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이는 현대차가 그동안 추진했던 방향과 일치할 뿐만 아니라 대외적 공감대도 형성돼 있어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대주주가 1조 원이 넘는 양도소득세를 납부하겠다고 한 것은 대주주가 희생해서라도 주주들의 권익을 지켜주겠다는 의미”라며 “주주의 권익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입장에는 변함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먼저 다음 달 29일로 예정된 ‘현대모비스 인적 분할’ 안건의 주총을 통해 적극적으로 주주 설득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