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서(婚書)의 다음 구절은 ‘복몽존자허이영애황실(伏蒙尊慈許以令愛황室)’인데, 각 글자는 ‘엎드릴 복(伏)’ ‘입을 몽(蒙)’, ‘자비로울 자(慈)’, ‘허락할 허(許)’, ‘써 이(以’), ‘어여쁠 영(令)’, ‘사랑 애(愛’), ‘줄 황(황)’, ‘집 실, 아내 실(室)’이다.
‘伏蒙’은 ‘엎드려 은혜를 입다’는 뜻의 겸사이다. ‘尊慈’란 ‘존귀하고 자애로운 분’이라는 뜻으로, 신부 측 혼주를 높여 칭한 말이고, ‘令愛’는 남의 딸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황室’의 ‘室’은 원래 ‘집’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아내’라는 뜻으로 썼다. ‘황室’은 ‘아내로 주다’라는 뜻이다.
해당 구절을 해석하면 ‘제가 존귀하고 자비로운 당신께서 귀한 따님을 제 자식의 아내로 주시는 은혜를 입어’라는 뜻이다. 이어지는 구절은 ‘자유선인지예(玆有先人之禮)’인데 ‘玆’는 ‘이(this) 자’라고 훈독하며 ‘이에’라는 뜻으로 쓰였다. ‘先人’은 앞 시대를 살아온 사람을 칭하는 말이다.
그다음은 ‘근행납폐지의(謹行納弊之儀)’인데 ‘謹’은 ‘삼갈 근’이고 ‘行’은 행한다는 뜻이며 ‘納弊’는 엊그제의 글에서 보았듯이 ‘예물을 들여 놓는다’는 뜻이고, ‘儀’는 ‘거동 의’라고 훈독하며 ‘예에 맞게 치르는 의식’이라는 뜻을 지녔다. ‘이에 옛 선조들이 남긴 예에 따라 삼가 납폐의 의식을 거행합니다’라는 뜻이다.
다음은 끝인사인데 ‘불비(不備)’는 ‘갖추지 못한다’, 즉 ‘세세한 내용을 다 적지 못하고 이만 줄인다’는 뜻이다. “복유존조(伏惟尊照)”의 ‘照’는 ‘살피다’라는 의미이니 ‘伏惟尊照’는 ‘존귀하신 분께서 살펴주시기를 엎드려 바랍니다’라는 뜻이다.
마지막 구절 ‘근배상장(謹拜上狀)’의 ‘배(拜:절 배)’는 ‘절한다’, ‘상(上)’은 ‘올린다’는 뜻이며, ‘狀’은 ‘편지 장’이라고 훈독하는 글자이니 ‘謹拜上狀’은 ‘삼가 절하고 편지를 올립니다’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