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커피숍 체인 스타벅스가 인종차별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미국 전역 매장에 휴업 조처를 내리는 초강수를 뒀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다음 달 29일 미국 전역에 있는 8000여 개의 매장을 문 닫고 17만5000여 명의 직원에게 인종 차별 방지 교육을 할 방침이다. 또 스타벅스는 모든 신규 채용 과정에서 인종 차별 방지 교육을 필수로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 12일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내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인종 차별 논란이 발생하자 내려진 것이다. 당시 경찰관 6명이 출동해 흑인 남성 2명을 연행했다. 스타벅스 매장 직원은 이들 남성이 음료를 주문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는 이유로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했던 리차드 로스 경찰은 “스타벅스 직원이 전화를 걸어 남성들이 매장에 무단 침입했다고 말했다”며 “우리는 남성들에게 매장을 떠나라고 세 번 요구했고, 이들이 요구에 응하지 않아 연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케빈 존슨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 “이번 사건에서 스타벅스는 비난받을 만한 행동을 했다”며 “직접 만나서 두 사람의 얼굴을 보고 사과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존슨 CEO는 미국 북서부 시애틀에서 동부 필라델피아로 날아와 피해 고객 두 명에게 직접 사과했다. 필라델피아 시청까지 찾은 존슨 CEO는 시장과 시의회 의원들을 만나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하게도 했다.
그러나 비난 여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트위터에서는 스타벅스 보이콧을 뜻하는 해시태그 (#boycottstarbucks) 운동이 일었다. 필라델피아 출신의 코미디언 케빈 하트는 ABC의 ‘굿모닝 아메리카’와 인터뷰에서 “존슨 CEO가 이 사건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사건은 정말 나를 슬프게 한다”며 “스타벅스는 인종 차별을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지만 실패했다”고 말했다.
논란은 필라델피아 지역에 국한하지 않았다. 필라델피아에서 사건이 터진 이후 사회 활동가 숀 킹은 한 흑인 남성이 지난 1월 로스앤젤레스(LA)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인종 차별을 당했다며 관련 영상을 트위터에 게재했다. 영상에서 브랜든 워드라는 이름의 흑인 남성은 주문하기 전 화장실을 사용하고자 매장 직원에게 화장실 코드를 물어봤다가 거절당한다. 매장 직원은 제품을 주문해야 화장실을 쓸 수 있다고 답했다. 화장실 코드는 영수증이 적혀 있다. 그런데 같은 매장에서 백인 남성은 제품을 사지 않았음에도 직원이 화장실 코드를 알려줘 화장실을 이용했다. 이 영상은 지난 16일 오전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올라왔고, 지금까지 23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뉴욕에서 ‘그레고리스 커피’를 운영하는 전 스타벅스 바리스타 아네스 샌더스는 “필라델피아에서 일어난 사건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훈련을 통해 무의식적인 편견을 타파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재교육을 확립하면 언젠가 이 같은 악재가 일어난 날을 위대한 날로 여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존슨 CEO가 취임 이후 최대의 도전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존슨 CEO는 지난해 하워드 슐츠의 후임으로 바통을 이어받아 큰 주목을 받았다. 전임자였던 슐츠는 ‘슐츠와 스타벅스는 동의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회사를 성공 궤도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스타벅스는 슐츠 때부터 인종 차별과 같은 사회 정의와 싸우는 데 적극적인 기업의 이미지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2015년 ‘레이스 투게더(Race Together)’라는 캠페인을 시행해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힌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캠페인은 SNS상에서 백인들의 위선에 불과하다는 반발을 불러왔고, 조롱거리로 전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