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협력업체들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GM이 한국지엠의 고의 부도설을 조장하면서 외국계 은행을 중심으로 한국지엠 및 협력업체와의 거래를 끊고 있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BNP파리바는 지난달 28일 공문을 통해 한국지엠 협력업체의 어음할인 등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협력업체들은 한국지엠으로 부터 받은 60일 만기 전자어음을 3%대 금리로 할인(외상채권 담보대출)해 운영자금으로 쓰고 있다. 외국계 은행들은 한국지엠의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보고 협력업체들의 외상채권 담보대출을 거절했다.
한국지엠 협력업체 관계자는 “외상채권 담보대출을 거절하는 곳이 늘면서 자금난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며 “이대로 가면 한국지엠 매출 비중이 높은 곳은 부도 위기에 놓인다”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의 금융거래 거절은 사실상 부도를 의미한다. 은행으로 부터 거래를 정지당한 기업은 해당 은행과 약속어음이나 당좌수표 등의 지급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다만 금융권의 한국지엠 협력업체와의 거래 중단은 외국계 은행에만 한정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달 12일 국내 시중은행과의 간담회를 통해 ‘한국지엠 협력업체 금융애로 해소 현장점검반’을 가동하고 한국지엠 협력업체와의 거래를 중단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시중은행들은 이미 지난해 초·중순부터 한국지엠 협력업체들과의 거래를 축소해 왔다. 한국지엠과 거래하는 업체들을 위험 대상으로 분류,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거나 어음 할인을 거절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최 위원장과의 간담회 이후 한국지엠 협력업체와의 거래를 재개하고 있다. 신한·국민·기업·하나·우리은행 등은 이달 12일 이후 한국지엠 협력업체에 대한 경영안정 특별자금 지원, 수수료 감면 등을 실시했다.
한편 GM은 한국지엠의 산업은행, 노조 등과의 협상 시한을 20일로 정했지만 이 역시 다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GM은 올해 초부터 수차례 협상 시한을 연기해 왔다. 산은은 GM이 한국지엠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