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온라인매체 쿼츠는 최근 미국 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부모와 함께 사는 20대 후반 성인의 비율이 194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10일(현지시간) 전했다.
퓨리서치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미국의 25~29세 성인 중 33%는 부모나 조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940년 32%를 기록한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이자 13%를 기록한 1980년의 약 세 배에 이른 것이다. 1990년에는 19%에 그쳤다. 퓨리서치는 앞서 2014년을 기준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130년 만에 처음으로 18~34세 성인이 부모와 거주하는 비중이 배우자와 함께 사는 비율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부모와 함께 사는 젊은이가 늘어난 이유는 청년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보수가 좋은 직장을 가지기 어렵고 결혼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1960년대 미국에서 직장을 가진 젊은 남성의 비율은 84%에 달했으나 2014년에는 18~34세 남성 중 71%만이 고용됐다. 2000년에서 2010년 사이 청년 소득은 감소세를 보였다. 결혼을 미루는 사람이 늘면서 초혼 중간 연령은 수십 년 동안 꾸준히 높아졌다. 오늘날 25세 이상 성인 중 4분의 1은 결혼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쿼츠는 직업과 배우자가 없으면 부메랑처럼 집으로 돌아와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을 택할 확률이 크다고 전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도 영향을 미쳤다. 부모의 집에 얹혀사는 청년의 비율은 최근 수십 년 동안 꾸준히 늘었다. 2007~2009년에는 급격히 증가했다.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다세대 가구의 증가세는 다소 둔화했으나 경기침체 이전보다는 가파른 모양새를 유지하고 있다. 퓨리서치는 2016년 미국 전체 가구 중 부모와 자녀가 함께 거주하는 다세대 가구의 비율은 20%로 6400만 명이며 1950년 21%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라고 밝혔다.
미국 내 다세대 가구는 교육수준과 인종, 성별, 지역과 관계없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 비중은 차이를 보인다. 대학 학위가 없는 청년은 대학을 졸업한 사람에 비해 부모와 함께 살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 연령을 기준으로 하면 남성보다 여성이 다세대 가구에 속할 확률이 높지만 25~44세에서는 부모와 함께 사는 남성의 비율이 여성보다 더 컸다.
인종적·문화적 다양성이 확대된 미국 사회의 상황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에서는 히스패닉과 아시아계 이민자가 늘어났다. 이들은 백인보다 여러 세대 가족이 함께 사는 문화에 친숙하다. 퓨리서치는 미국에 거주하는 아시아계 가정 중 29%가 다세대 가구이며 히스패닉은 27%지만 백인의 경우 16%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퓨리서치는 1990년에 비해 혼자 사는 성인이 줄어든 점도 다세대 가구 증가를 유발한 원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