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국정농단 주범' 박근혜 징역 24년..."헌법상 책임 방기"

입력 2018-04-0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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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근혜(66)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징역 24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4월 17일 재판에 넘겨진 지 354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 원을 선고했다. 박 전 대통령은 선고 공판도 건강상 이유를 들어 '보이콧'했다.

◇ 최순실과 공범으로 엮인 13개 중 11개 혐의 '유죄'

재판부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의 18개 혐의 가운데 16개를 유죄로 판단했다. 유죄로 결론 낸 혐의 가운데 11개 혐의는 '공범' 최순실 씨에 대한 판단과 같았다. 재판부는 우선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 권한을 남용해 대기업으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774억 원을 받아낸 혐의를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기업에 며칠 사이 거액의 출연을 압박하고 권한 없는 최 씨에게 (재단의) 실질을 좌우하게 해 재산권과 기업경영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대통령 직무를 위법·부당하게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서 최 씨 딸 정유라 씨 승마지원 비용 등으로 433억 원 상당 뇌물을 받거나 약속한 혐의에 대해서는 72억9000만 원만 뇌물로 인정했다. 뇌물공여 약속 부분과 차량 대금은 무죄로 판단한 셈이다. 개별현안 또는 '승계작업'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청탁을 모두 인정하지 않아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2800만 원과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 원은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K스포츠재단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 비용 명목으로 롯데 측에서 받은 70억 원에 대해서는 직권남용권리행사와 강요, 뇌물 혐의 모두 유죄로 봤다. 특히 뇌물의 경우 박 전 대통령과 신동빈 회장 간 명시적 청탁은 없었으나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사업 관련 돈이 오간다는 공통 인식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은 (면세점이) 롯데 핵심 현안이고 자신의 도움을 절실히 원한다는 점을 잘 알았다"며 "롯데는 면세점 특허 재취득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거액 70억 원을 유일하게 추가 출연했다"고 설명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K스포츠재단 해외 전지훈련 비용 등으로 89억 원을 요구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이 워커힐호텔 면세점 특허권과 CJ 헬로비전 인수·합병(M&A), 최재원 부회장 가석방 등 SK 현안을 잘 알고,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SK 측에 뇌물을 요구했다고 본 것이다.

그밖에 최 씨와 공범으로 엮인 △현대자동차를 압박해 KD코퍼레이션과 플라이그라운드에 일감을 주도록 한 혐의 △포스코에 펜싱팀 창단을 요구한 혐의 △KT에 플레이그라운드 광고대행사 선정을 요구한 혐의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더블루케이와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혐의 △공무상비밀 누설 혐의 등도 대부분 유죄로 판단했다.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등 별개 혐의도 모두 '유죄'..."헌법 책무 방기"

최 씨와 별개로 기소된 혐의도 대부분 유죄로 판단했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통해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퇴진을 요구한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이재현 회장이 탈세 혐의로 구속된 상황에서 손경식 회장과 이 부회장이 이를 거절하면 더 불이익이 있다고 생각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지시·실행한 혐의도 유죄로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은 관련 보고서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보고받고도 수정을 지시하지 않았다"며 "이념과 성향이 다르다고 (특정 단체를) 배제하는 것은 헌법의 평등권과 문화 기본권에 반하는 위헌·위법 조치"라고 지적했다. 그밖에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국장 사직 강요 혐의 △문체부 실장 3명 사직 강요 혐의 △KEB하나은행 임직원 인사개입 혐의 등도 대부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한 국가 원수이자 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권한을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자유와 복리 증진을 위해 행사할 의무가 있다"며 "그런데도 자신과 오랜 사적 친분을 유지해온 최순실 씨와 공모해 기업에 재단 출연을 요구하는 등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이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라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재판부는 "주된 책임은 헌법적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지위와 권한을 사인에게 나눠주고 사익 추구한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에게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박 전 대통령이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자신의 잘못을 부하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꾸짖었다.

이날 선고는 1시간 40여 분간 법정에 설치한 카메라 4대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하급심 재판을 생중계한 것은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이 생중계에 반대하며 선고 연기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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