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업계에도 부는 ‘미투’ 바람…“세상 바꾸는 첫걸음, 말하라”

입력 2018-04-06 10:10 수정 2018-04-0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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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는 피해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피해자가 직접 나가서 이야기해야 진실성에 무게를 줄 수 있다는 말에 용기를 얻고 나왔습니다.”

최근 국내에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전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서지현 창원지방검찰청통영지청 검사가 올해 1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8년 전 서울북부지검에서 근무했을 당시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담담히 밝힌 용기 있는 고백을 계기로 연극, 문학, 방송, 정계까지 전 영역으로 ‘미투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미투 운동’으로 인해 경찰 조사를 받는 인물만 수십 명에 달한다. 청주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중 학생들을 성추행한 것으로 알려진 배우 조민기는 학교로부터 정직 처분을 받고 스스로 사임했으며, 지난달 9일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충격을 안겼다.

출판업계에서도 ‘미투’ 바람이 불면서 이와 관련한 다양한 책들이 독자들을 반기고 있다.

이묘영 작가는 ‘성추행이나 성폭행 피해를 본 사회적 약자들이 상처를 받은 것도 힘든데 그 상처를 치유할 방법이 없어 스스로를 내려놓지 못한 채 그늘에 숨어 하루하루 자신을 생채기 내며 살고 있을 여성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하는 생각에 ‘미투’라는 책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이묘영 작가의 ‘미투’는 소설 속 혜영과 딸 연수, 그 가족을 통해 미투 사각지대의 삶을 조명했다. 가족에게 성추행·성폭행을 당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차마 ‘미투’에 동참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는 곧 가정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저자는 주인공 혜영에 공감하며 같이 울고 아파하며 정신없이 써 내려갔다고 소개했다.

저자는 “권력자들이 마구 휘두르는 칼날에 무참히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약자 중 자신은 고발하지 못할지라도 이번 ‘미투 운동’이 확산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을 텐데. 권력을 이용한 성폭행은 고발하면 당장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에 힘든 문제도 있지만 성폭력을 당한 사람에게 사회적 편견이 심각한 문제 또한 이번 기회에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미투’로 인한 변화를 촉구했다.

‘알리기 전에 알리면 좋은 사실들’은 성폭력, 부당해고, 가정폭력, 학교폭력, 사내갑질 등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어디에다 어떻게 알리면 좋을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최근 이슈가 되는 ‘미투 운동’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이 2차 피해에 대한 걱정 없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에 이 책은 ‘미투 운동’과 관련해 성폭력 등을 당했을 때 알리는 방식, 도움을 주는 기관, 관련 법규, 과거 사례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홍태화 씨는 “모든 종류의 폭력은 세상에 알려져야 한다.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미투 운동’은 이제 한순간의 유행이 아니다. 단순히 가해자에게 보복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사회와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이라며 “더 이상 참지 말고 말하라”라고 강조했다.

최형아 작가의 장편소설 ‘굿바이, 세븐틴’은 열일곱 살에 끔찍한 성폭력을 당한 한 여성의 파괴된 내면과 끝나지 않은 고통을 그린다. 이 책에는 두 여자가 등장한다. 한 여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죽은 이는 말이 없고, 살아남은 이는 그 죽음의 이유를 파헤친다. 성폭력의 잔인함은 그것이 육체를 넘어 영혼까지 망가뜨린다는 데 있다. 주인공은 아무런 단죄를 받지 않고 살아오며 지금까지도 아무렇지 않게 성폭력을 일삼고 있는 가해자를 직접 응징한다.

저자는 “상처를 가진 분들의 마음속 풍경을 그리는 게 어려운 과제였다. 고통스러운 마음을 잘 대변하고 위로를 드리고자 최선을 다했다”라며 “무관심이 미덕처럼 포장되는 이 시대에 두 눈을 부릅뜨고 현실을 직시하고, 아픔을 외면하지 말라”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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