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의결권 대리행사 제도인 섀도보팅(Shadow Voting·그림자투표) 제도가 폐지된 이후 처음으로 사외이사 선임이 부결된 상장사가 나왔다. 소액주주 비율이 높은 상장사의 경우, 섀도보팅 제도 폐지 시 사외이사 선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된 셈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영진약품은 9일 오전 주주총회에서 권오기ㆍ최명열ㆍ송창준 등 3명 사외이사의 감사위원 선임안이 상정됐으나, 정족수(25%)에 1.8% 미달해 부결됐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상장사가 감사위원을 선임하려면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작년 9월 말 기준 현재 영진약품공업의 발행주식총수는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 기준 1억8289만2731주다.
문제는 영진약품의 높은 소액주주 비율로 인해 이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나, 관련 애로사항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작년 9월 말 현재 영진약품의 발행주식총수는 1억8289만2731주로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율은 47.53%(8348만5425주)에 달한다.
최대주주인 KT&G의 보유 지분은 52.45%이지만, 대주주의 과도한 의결권 행사를 제어하는 ‘3% 룰’로 인해 행사 가능 지분율은 최대 3%에 불과하다. 여기에 국민연금공단(9.89%), 중소기업은행(7.54%), First Eagle Investment Management(5.48%), BlackRock Fund Advisors(5.47%), 우리사주조합(2.24%) 등 주요주주의 지분을 일제히 합산해도 33.62%에 그친다.
회사 측은 결의를 위한 의결권 확보를 위해 전자투표제 시행,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주주총회 개최일 분산을 모두 실시했다. 전자투표 행사기간은 2월 27일부터 3월 8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가능했다. 마지막날만 오후 5시에 종료됐다.
특히 의결권 확보를 위해 영업사원 100여명을 동원해 소액주주들을 직접 방문했으나, 주주들의 무관심과 명부상 주소의 오류 등 현실적 한계에 부딪혔다는 설명이다.
섀도보팅은 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되지 않도록 1991년 도입된 제도로 지난 26년간 운영됐으나 작년 말 폐지됐다. 금융위원회는 기업지배구조 투명성 제고와 소액주주 등 주주가치 제고를 이유로 섀도보팅 제도 폐지를 단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