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이 참여 각국에 부채 폭탄을 안긴 것으로 드러났다.
4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한 국가 중 몇 나라의 부채 수준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인 글로벌개발센터(CGD)가 진행한 연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드러났다.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68개국 중 23개국은 중국으로부터 자금을 빌린 결과 ‘상당히 높은 수준’의 부채 위기를 안게 됐다. 23개국 내에서도 8개국은 매우 높은 수준으로 부채 상황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관측됐다. 8개국에는 파키스탄, 지부티, 라오스, 몽골, 몬테네그로,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이 포함된다.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는 68개국에 8조 달러(약 8612조 원)의 금융 지원을 해주고 있다. 중국 정부와 은행이 이들 국가에 자금을 지원해주면서 덩달아 각국이 중국에 의존하는 정도도 급증한 것이다. 그중 가장 위험한 국가로는 파키스탄이 꼽혔다. 파키스탄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조달되는 자금 중 80%인 620억 달러를 중국에 빚지고 있다. CGD는 “이자율도 높아 파키스탄의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로 부채 탕감에 위협을 받는 국가는 라오스다. 라오스는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절반가량인 67억 달러를 중국으로부터 차입했다. 이 자금에는 중국-라오스 간 철도 건설 비용도 포함돼 있다. 라오스의 막대한 빚을 두고 국제통화기금(IMF)도 부채 탕감 능력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CGD는 세계 다른 주요 채권 국가들과 달리 중국은 부채 문제가 발생할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CGD는 중국이 부채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중국이 채권국들의 모임인 파리클럽에 가입하지 않은 채 임시 참가국으로만 등록된 점도 문제다. 중국을 제외하고 미국, 한국, 일본 등이 가입한 파리클럽의 22개국은 채무국이 공적 채무를 정상적으로 상환할 수 없는 경우 재조정을 논의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두고 있다.
CGD는 일대일로가 부채 탕감 시스템 전체를 파괴할 정도로 큰 문제는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몇몇 국가에서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진 점을 지적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작고 가난한 국가들이 그 위험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다. 키르기스스탄이 인프라 건설로 진 빚은 기존 GDP의 62%에서 78%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체 부채에서 중국으로부터 차입한 규모는 31%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 이후 71%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의 자금 조달이 부채 문제를 우려할 만큼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연구도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데이비드 달러 선임 연구원은 작년 10월 한 논문에서 “중국이 다른 나라에 조달해주는 자금은 부채가 증가한다는 우려를 키우지만,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징후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