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를 맞추려면 영업시간이라도 길게 늘리고 적게 쉬면서 수입을 최대한 늘릴 수밖에 없죠. 근로시간 단축이 되면 고용인들은 좋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진 않을테니 사실상 나와는 무관한 얘기죠”(여의도 음식점업 소상인 C씨)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가정 양립)’ 개념이 주목받고 있지만 소상인과 자영업자는 여전히 긴 노동시간과 여가시간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5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은 하루 평균 11시간 일하고 월 평균 3일 쉬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시간의 노동과 적은 여가로 일과 삶에서의 만족도가 모두 50점대에 그쳐 삶의 질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전국의 자동차·부품판매업, 도매·상품중개업, 소매업, 음식점업 등 4개 업종의 5인 미만 소상인 700명을 대상으로 ‘소상인 일과 삶의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상인 사업주는 월 평균 3일을 휴무하며 주 6일 이상 하루 평균 10.9시간 영업했다. 특히 음식점업·소매업의 경우 하루 평균 노동시간이 각각 11.4시간, 11.1시간으로 가장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평균 순수입은 다른 업종보다 낮았다.
긴 노동시간으로 인해 소상인이 느끼는 사업의 전반적 노동 강도는 100점 만점에 65.6점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음식점업과 자동차·부품판매업에 종사하는 소상인의 노동 강도가 각각 70.7점, 68.0점으로 조사됐으며 가족기업의 노동 강도(67.2점)도 높은 편이었다.
소상인이 경영자로서 느끼는 일(직업)의 만족도는 51.6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4년 중기중앙회가 실시한 ‘소상인 일·생활 만족도 조사’에 비해서도 9점 이상 하락한 수치다. 특히 40대 미만(61.0점) 대비 60세 이상의 만족도(48.4점)는 약 13점 낮게 나타나 연령이 높을수록 일에 대한 만족감이 급감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 소상인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도 54.3점으로 조사돼 2014년 같은 조사 대비 11점 이상 떨어졌다. 40대 미만(59.6점) 대비 60세 이상의 만족도(51.8점)는 7점 이상 낮아 연령이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중요한 요소를 묻는 질문에 ‘건강과 안전’(36.4%)을 선택한 소상인이 가장 많았다. ‘가족관계’(25.5%)와 ‘수입’(24.0%)이 뒤를 이었다.
최윤규 중소기업중앙회 산업통상본부장은 “최근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해 전 세계적으로 ‘워라밸’이 주목받고 있으나 우리나라 일·가정 양립지수는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낮은 실정”이라며 “최근 근로시간 단축법안 통과 등 정부의 과로사회 개선 정책에 대한 방향 제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앞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된다고 해도 소상공인 ‘워라밸’은 먼나라 얘기일 것”이라며 “오히려 인건비 부담을 감축하기 위해 고용주인 소상인이나 가족들의 노동 시간은 길어지고 삶의 질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