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불굴의 골퍼’ 이민영(26·한화큐셀)과 18번홀 버디로 극적인 우승을 안은 미셸 위(한국명 위성미)다. 둘의 공통점은 병마와의 싸움에서 이긴 의지의 선수라는 데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통산 4승을 거둔 이민영은 2015년 3월 신장암 수술을 받고 필드에 복귀해 지난해부터 일본 무대에서 뛰며 2승을 거둔 뒤 다시 승수를 올린 것이다. 미셸 위도 부상에 시달리다가 2014년 7월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3년 8개월 만에 우승컵을 안았다. 미셸 위는 지난해 8월 캐나다 여자오픈 최종일 경기를 앞두고 맹장염 수술을 받기 위해 기권한 뒤 6주 후에 복귀했다.
한국 선수들이 승전고를 울려 주는 사이, 눈에 띄는 선수는 역시 ‘무서운 루키’ 고진영(23·하이트)이다. 그는 데뷔전에서 우승하며 LPGA투어 연착륙에 성공했다.
고진영은 지난달 18일 호주 애들레이드의 쿠용가 컨트리클럽(파72ㆍ6599야드)에서 열린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총상금 130만 달러)에서 정상에 올랐다. 첫날부터 최종일까지 선두를 한 번도 내주지 않은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이다.
그의 데뷔전 우승은 베벌리 핸슨(미국) 이후 67년 만에 처음이다. 핸슨은 1951년 프로 전향 후 첫 무대인 이스턴오픈에서 ‘골프전설’ 베이브 자하리스(미국)를 꺾고 우승했다.
KLPGA투어 10승을 올린 그는 지난해 LPGA 비회원 자격으로 출전한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에서 우승하며 미국 무대에 ‘무혈입성(無血入城)’했다.
데뷔전에서 우승한 뒤 휴식을 취하려던 그는 이어 열린 혼다 LPGA 타일랜드에 출전해 공동 7위에 올랐고,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공동 6위로 선전하며 3개 대회 연속 경기를 치렀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뒷심을 발휘했다. 첫날 72타로 주춤했으나, 나머지 3일 동안 연속 67타씩을 쳤다.
그는 3개 대회를 치르고 28만2641달러를 획득해 상금랭킹 1위, CME랭킹 1위를 꿰찼다. 무서운 신인이 아닐 수 없다. 벌써부터 신인왕 후보 1순위에 올라 있다.
그는 미국행을 앞두고 망설였다. 외동딸로 자라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심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0년 후에 이 순간을 돌아봤을 때 조금이라도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가 그 이유였다.
그의 강점은 무엇일까. 바로 체력이다. 미국 진출을 결심한 뒤 장기 레이스에 대비해 ‘체력’에 가장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는 귀여운 외모와 달리 강한 체력을 타고 났다. 아버지는 물론 할아버지, 큰아버지가 모두 권투 선수 출신이다. DNA를 물려받은 탓인지 기초체력이 탄탄하다. 하체도 단단하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권투를 배운 것이 강한 체력에 한몫하고 있다. 특히 로드워크와 줄넘기를 많이 했다. 아버지와 줄넘기를 누가 오래 하는지를 두고 내기를 해 이긴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본격 레이스에 앞서 지난해 국내 시즌을 끝내고 가졌던 달콤한 휴식기에도 ‘몸 만들기’에 열중했다. 트레이너가 몸을 무겁게 만드는 지방은 무조건 피하라고 주문한 탓에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고칼로리인 아이스박스 케이크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
이런 체력에서 견고하고 흔들림 없는 편안한 스윙이 나온다. 이것은 성적과 직결된다.
그는 티샷을 해놓고 바로 티펙을 줍는다. 그만큼 샷이 자신 있다는 얘기다.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259.17야드에 페어웨이 안착률이 무려 95.83%로 1위다. 아이언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그린적중률도 85.65%로 1위다. 평균 퍼트수가 30.33타로 조금 떨어지지만, 평균타수가 68.25타로 2위에 올라 있다.
그는 올해 소망 중 하나는 2015년 준우승한 리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고진영이 지난해 신인왕, 상금왕, 올해의 선수상 등 3관왕을 차지했던 박성현(25·KEB하나금융그룹)의 기록을 뛰어넘을는지 팬들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