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달 1일 깜짝 액면분할 소식을 발표하면서 100만 원 이상의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황제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액면분할 후보군을 선점해 단기 차익을 추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내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주당 100만 원이 넘는 종목은 26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전자(236만9000원) △롯데칠성(155만2000원) △태광산업(132만 원) △LG생활건강(111만 원) △영풍(104만3000원) 등 5개다.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깜짝 액면분할 소식에 ‘제2의 삼성전자’ 찾기에 분주한 모양새다. 이론적으로 기업의 주식가치는 액면분할 전후 동일하게 유지되나 액면분할 이슈가 주가에 단기 호재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액면분할 실시 주체가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라는 점에서 증시 확산 기대가 높아진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1일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50대 1 비율로 액면분할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주가는 1일 종가 기준 249만1000원에서 50분의 1인 5만 원 수준으로 낮아지고 유통 주식 수는 50배로 늘어난다.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조하는 것도 기업들의 액면분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을 실시할 경우 더 많은 사람들이 삼성전자 주식에 접근할 수 있다”며 “증가하는 배당 혜택도 투자자가 골고루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기업 입장에서 액면분할이 장·단점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에 현재 시장의 기대감은 섣부르다는 관측이다. 기업들이 폐쇄적 경영구조를 고집할 수 없게 되고 최대주주의 기업에 대한 지배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유의미한 액면분할 결정을 발표한 회사는 휠라코리아 등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22일 휠라코리아는 작년 호실적 등에 힘입어 액면가를 5000원에서 5분의 1인 1000원으로 낮췄다. 다만, 휠라코리아의 경우 상장 직후부터 유동성 부족 문제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었던 만큼, 삼성전자 이슈에 분명한 영향을 받았다고 단정짓기 힘들다.
김호준 대신지배구조연구소장은 “삼성전자의 액면분할 이슈가 다른 기업들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는 있다”면서 “하지만 기본적으로 액면분할은 개별 회사들의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이를 일괄적으로 묶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