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버크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감세 정책의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던 버핏 회장이 트럼프 정권의 수혜자로 부상한 것이다.
24일(현지시간) CNN머니에 따르면 버핏 회장은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지난해 순익이 653억 달러(약 70조4260억5000만 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중 290억 달러는 세제개편법 덕에 발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거꾸로 이야기하면 회사 운영으로 인한 수익이 약 363억 달러에 그친다는 의미다.
버핏 회장은 2016년 대선 당시 클린턴의 유세장에 나타나 지지를 호소할 만큼 알려진 민주당 지지자다. 그는 자신이 슈퍼리치임에도 대규모 감세안에 반대 뜻을 표해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세제개편법으로 크게 이득을 보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말 35%였던 법인세율을 21%로 대폭 낮췄다. 개인소득세 최고 세율도 39.6%에서 37%로 낮추면서 버핏 회장과 같은 슈퍼리치들의 세 부담은 크게 경감됐다.
버핏 회장은 “지난해에 인수 가격에 인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나 인수 합병(M&A)를)를 활발히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연례 서한에서 그는 “찰스 멍거 부회장과 나는 버크셔가 대기업을 인수할 기회를 때때로 얻게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단순한 지침을 고수할 것”이라며 “우리는 다른 기업들이 신중함을 버릴수록 스스로 더 신중하게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년에 그가 대주주로 있는 크래프트하인츠는 유니레버 인수를 포기했다.
이번 연례 서한에서 버핏 회장은 지난 몇 년간의 서한에서와 달리 버핏 회장은 경제 정책이나 전망과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는 연례 서한이 아니더라도 종종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해 논평을 내놓곤 했다. 작년 8월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경제 성장률에 의문을 제기하며 3%대 달성을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한편 버핏 회장은 지난달 승진시킨 두 명의 유망한 후계자를 거론하며 연례 서한을 마무리했다. 87세의 버핏 회장을 두고 후계자 문제는 몇 년 전부터 큰 관심거리였는데 2015년 연례 서한에서 그는 “적합한 인물을 찾고 있다”라고만 밝혔다. 그러다 작년부터 그레그 아벨 비보험 부문 부회장과 아지트 자인 보험 사업 부문 부회장이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됐다. 지난달에는 두 사람을 동시에 승진시키며 후계 구도를 2파전으로 압축했다. 버핏 회장은 “아벨과 자인이 당신과 나를 위해 일하게 됐다는 사실은 매우 행운”이라며 “두 명 모두 수십년 간 버크셔에서 몸담았으며, 버크셔의 혈액은 이들은 통해 흐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