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차명재산 10년째 논란만…당국 “계좌정보 없어, 과징금 부과 미지수”

입력 2018-02-1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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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불거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재산 논란이 법제처 유권해석에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법제처가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지만, 금융당국은 과징금을 부과할 근거 자료인 ‘계좌원장’이 없어 딜레마에 빠졌다.

법제처는 12일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들어 있던 자금 절반을 과징금으로 원천징수해야 한다는 법령 해석을 내렸다. 유권해석을 요청한 금융위원회는 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과징금 부과는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과징금 부과를 위해선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1993년 8월 당시 이 회장의 차명계좌 정보가 필요하지만, 현재 차명계좌를 개설한 금융회사에는 이 같은 정보가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지난해 차명계좌 전수조사… 계좌정보 확인 못해 = 법제처의 이날 유석해석으로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유권해석의 핵심은 금융실명법 시행일인 1993년 8월12일 이전에 개설된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을 원천징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금융위는 소득세는 중과할 수 있으나, 과징금 부과는 현행법상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계좌원장’이 없어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금융회사는 10년까지 계좌정보를 보관하지만 이후는 폐기해도 상관없다. 과징금 부과 기준이 되는 1993년 8월12일 당시의 계좌 잔액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했지만 당시의 계좌 정보는 확인하지 못했다.

만일 이를 확인할 수 있으면 2008년 삼성 특검으로 밝혀진 이 회장 차명 재산 4조4000억 원 가운데 최대 2조2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금융실명법은 실명제 시행 이전의 비실명자산에 대해서는 90% 차등과세는 물론, 실명제 실시일(1993년 8월12일) 당시 가액의 50%를 과징금으로 징수할 수 있다.

◇과징금 부과 시효 ‘두 달’ 밖에 없어 = 여기에 과징금 부과 시효가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과징금은 세금과 같이 부과 시효가 10년이다. 차명계좌 존재가 알려진 삼성 특검의 수사결과 발표일은 2008년 4월17일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4월17일이 과징금 부과의 마지노선”이라며 “머뭇거리면 한 푼의 과징금도 걷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금융위원회는 이건희 차명계좌에 금융실명법도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고 차등과세는 물론 과징금 부과도 하지 않았다”며 “심지어 혁신위원회의 권고 사항도 걷어찼다”고 비판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총 1500여 개에 달한다. 2008년 조준웅 특검이 밝힌 1197개에 금감원 전수조사에서 드러난 32개, 경찰이 수사 결과 밝힌 260개를 더하면 총 1489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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