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의 경영 정상화를 놓고 글로벌GM과 한국 정부간 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자동차 업계에선 ‘이전가격’에 주목하고 있다.
이전가격이란 기업이 해외에 있는 자회사와 부품을 거래할 때 적용하는 가격이다. 다국적기업의 경우 세금 경감 등을 목적으로 이전가격을 조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글로벌GM의 과도한 요구가 이어지면 정부는 `이전가격 조사‘라는 카드를 쓸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12일 한국GM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GM은 본사 차원에서 ‘구조조정’ 가능성을 언급하며 노조와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증자를 포함한 정부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우리 정부는 한국GM과 GM본사 사이의 이전가격을 비롯한 경영정보를 먼저 공개하라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한국GM의 부실과 관련해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전가격은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는게 한국GM을 포함한 다국적기업의 공통된 입장이다.
예컨대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모두 부품의 현지화(한국산)를 이루지 못했고, 자체 개발차보다 본사가 개발한 차의 조립생산에 그치고 있다. 이런 경우 부품을 수입해 한국에서 조립하고 완성차를 해외에 되팔아야 한다. 본사의 전략에 따라 부품을 비싸게 구입하고 완성차는 싸게 팔 수도 있다.
르노삼성의 경우 자체개발 차종이 없는 만큼 해당 차종을 판매하면서 본사에 로열티를 내야한다. 로열티 결정도 본사가 칼자루를 쥔 만큼 상대적으로 르노삼성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구조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 2013년 르노삼성이 본사인 르노-닛산과 거래 과정에서 이전가격을 통한 조세회피 혐의를 확인하고 거액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본사가 있는 부산지방국세청이 아닌, 본청이 직접 나섰다는 것은 국제거래 과정에서의 ‘이전가격’을 통한 조세회피 문제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당시 국세청은 르노삼성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700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르노삼성이 부품 값을 비싸게 수입해 오고, 거꾸로 완성차를 수출할 때는 싸게 수출하며 본사에 과도한 이익을 넘겨주었다는게 국세청의 판단이었다. 이밖에 과도한 기술사용료(로열티) 지급도 논란이 됐다.
한국GM의 경우 GM본사에 지급하는 로열티가 매출액의 5%로 4%를 적용하는 르노그룹보다 비중이 높다. 경차 스파크를 제외하면 한국GM이 자체 개발한 차종이 없어 로열티 측면에서도 과도한 손해가 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다국적 기업은 나라별로 다른 법인세 제도를 이용해 세후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며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에서 이익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본사 차원의 이익이 키우고 있다. 법인세가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에서 굳이 이익을 많이 낼 이유가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