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7 기업가정신 한눈에 보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자영노동자수(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398만2000명이다. OECD회원국을 비롯한 주요 38개국 가운데 4번째로 많았다. 한국의 인구수가 약 5000만 명으로 세계 27위에 그치는 것을 고려하면, ‘나 홀로 사장님’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초반의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 과제로 ‘최저임금 인상 안착’을 꼽았다. 최저임금의 상승이 국민소득 향상으로 이어져 내수를 진작하고 경제성장을 견인한다는 ‘소득주도 성장’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16.4% 오른 7530원(시간당)이다. 그런데 한국은 고용주들이 노동자보다 사정이 더 좋지도 않은 ‘나 홀로 사장님’이 많은 게 현실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편의점, 음식점, 커피점 등의 업주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영세자영업자들은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직접 일을 하거나 영업시간을 줄이는 등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주휴수당을 주지 않으려고 아르바이트 근무를 쪼개거나 무급 휴게시간을 확대하기도 한다.
최근 한 아르바이트 포털 사이트의 조사에서 아르바이트생 72%가 “이번 최저임금 인상을 우려하고 있다”며 불안감을 보였다. 이들은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오히려 구직이 힘들어지거나 근로시간이 단축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지난해 7월 ‘2018년 최저임금 인상’ 발표 이후 아르바이트생 4명 중 1명꼴인 25.9%는 고용주로부터 해고 및 근무시간 단축 통보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르바이트생 중 83%는 고용주의 어려움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고용주와 노동자 모두 기대나 만족보다는 우려와 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안착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너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두고 있는 정부는 소상공인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것은 아닌지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급속한 최저임금의 인상은 근로 취약계층의 소득 안정에 기여할 수 있지만, 고용 단절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
4월이면 ‘2019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협상이 시작된다. 최저임금 인상은 필요하다. 하지만 산입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등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인 공감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30인 미만 고용 사업주인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을 완화하고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노동자 1인당 월 13만 원을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인건비를 보전해 주기보다는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 취약계층의 직업훈련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