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박종철 열사 31주기인 14일 경찰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 개혁안을 전격 발표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전제로 경찰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넘기되 가칭 안보수사처 신설하고, 자치경찰체를 도입한다. 내부엔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을 분리해 권한을 분산하도록 했다.
검찰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에 고위공직자 수사를 이관하고, 특수수사를 뺀 직접 수사는 대폭 축소하도록 했다. 국정원의 경우 국내 정치 및 대공수사권한을 떼어내고 국회와 감사원의 감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조국 민정수석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내놨다. 조 수석은 영화 ‘1987’이 다룬 박종철, 이한열 열사의 사망사건, 2014년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등을 차례로 연급하면서 “독재시대가 끝나고 민주화 시대가 열린 이후에도 권력기관은 자기 기관의 이익과 권력의 편의에 따라 국민의 반대 편에 서 왔다”고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과거 적폐의 철저한 단절·청산 △촛불 시민혁명의 정신에 따른 권력기관으로 전환 △상호 견제와 균형에 따라 권력남용 통제 등 3가지를 개혁의 기본 방침으로 제시했다.
먼저 경찰에 대해선 검경수사권을 조정하고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이관한 이후, ‘안보수사처’를 신설해 수사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제주특별자치도에 한정됐었던 자치경찰제 도입과 수사경찰·행정경찰 분리를 통해 경찰 권한의 분리 분산을 꾀한다.
검찰은 검경수사권 조정·고위공직자 수사 이관·직접수사 축소·법무부 탈검찰화 등을 통해 권한을 분산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조 수석은 “검찰은 기소를 독점하고 직접수사 권한과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 형의 집행권 등 방대한 권한을 보유했다”며 “집중된 거대 권한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은 결과 검찰은 정치권력의 이해 내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검찰권을 악용해 왔다”고 꼬집기도 했다.
국정원은 대외안보정보원으로 이름을 변경한 뒤, 국내정치·대공수사에서 손을 떼고 오직 대북·해외에 전념하면서 최고 수준의 전문정보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또한 국회와 감사원의 예산 통제 및 감시 강화도 추진한다.
조 수석은 “국정원은 국내·외 정보수집권에 대공수사권, 모든 정보기관을 아우를 기획조정권한까지 보유했지만 이를 악용해 선거에 개입하고 정치인·지식인·종교인·연예인 등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을 감행하고 거액의 특수활동비를 상납하는 등 불법을 저질렀고,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국정원은 국회와 감사원의 통제를 통해서 권한 오남용을 제어할 것”이라면서 “국정원은 지금껏 감사원 감사를 받지 않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국정원도 감사원 감사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 수석은 “개혁방안을 이뤄낼 근본적인 힘은 국민에 있다. 국민 지지에 관심 없이 권력기관 개혁은 안 된다”며 “국민 관심이 있어야 국가 권력기관이 생명과 인권을 유린하는 등 퇴행적 행태를 안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가 동의해야 권력기관 개혁이 이뤄진다. 최근 사개특위 논의를 존중하고 경청하겠다”며 “이제부터는 국회의 시간으로, 이 시간이 국회 결단으로 대한민국 기틀을 바로잡을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