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매유통업 체감경기가 지난 4분기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설 명절, 중국 춘절 등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내수침체와 사드 보복에 따른 불황을 경험한 터라 올 들어 경기가 크게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소매유통기업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시와 6대 광역시 1000여 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2018년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지난 분기와 동일한 ‘95’로 집계됐다고 11일 밝혔다.
RBSI는 유통업체들이 체감하는 경기를 수치화한 것으로 지수가 100을 넘으면 다음 분기 경기가 이번 분기보다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이고 100 미만이면 반대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지난해 내수침체와 사드보복을 경험한 유통업계 내부의 불안감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면서도 “1분기에는 가장 큰 대목인 설 명절, 중국 춘절을 앞두고 국내 관광객과 소비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도 섞여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태별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업체의 전망이 엇갈렸다. 홈쇼핑(108)과 인터넷쇼핑몰(106) 등 온라인은 긍정적 전망이 앞선 반면, 편의점(81)과 백화점(84) 등 오프라인은 부정적으로 경기를 전망했다.
백화점의 RBSI는 전분기보다 7포인트 하락했다. 백화점은 국내 소비위축과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해 고가품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백화점의 총매출액은 0.7% 성장에 그쳤다. 올해엔 신규 출점계획을 발표한 백화점이 한 군데도 없어 ‘신규 출점 효과’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98)는 설 특수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분기보다 13포인트 상승했다. 대형마트는 이전보다 서둘러 설 대목 선점에 나섰다. 홈플러스는 지난 달 14일,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같은 달 28일부터 설 선물세트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편의점(81)은 전분기에 이어 가장 낮은 전망치를 보였다. 온라인과 대형마트, 편의점 모두와 경쟁하고 있는 슈퍼마켓도 1포인트 하락하며 계속해서 기준치를 밑도는 전망치를 이어갔다.
유통기업들은 1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요인으로 유통기업들은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매출부진(44.8%) △업태 간 경쟁 격화(19.2%) △업태 내 경쟁 심화(11.1%) 등을 꼽았다.
또한 예상되는 경영애로 요인으로는 △수익성 하락(47.3%) △유통관련 규제 강화(14.1%) △인력 부족(13.2%) △자금사정 악화(8.2%) △정부정책 비일관성(6.0%) 등이라고 답변했다.
서덕호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더 이상 세일이나 판촉과 같은 반짝 마케팅으로 승부할 수 없게 됐다”며 “고객의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아이디어 발굴과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혁신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