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중개업소 인증제를 둘러싸고 파열음을 내던 네이버 부동산과 공인중개사들 간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매물을 거둬들였던 서울 양천구 목동은 다시 거래 물건을 올리기 시작했지만 세종시 중개사들은 여전히 매물 게재를 거부하며 새로운 거래수단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집결하고 있다. 네이버는 중개사들과의 소통 문제에서 오해가 생겼다는 입장이다.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 중개사들이 매물을 거둬들여 확 빠졌던 네이버 부동산의 목동 매물 수가 다시금 예전만큼의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부동산 대신 매물이 몰렸던 다음 부동산과 비교해 5일 기준 같은 매물 수량(134건)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
목동 중개사들이 매물을 다시 올린 이유는 네이버가 그들의 요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우수 활동 중개사를 소개하는 난에 ‘배지(Badge)’를 다는 방식을 적용하려 했다. 이에 목동 중개사들은 배지 방식 철회를 위한 보이콧에 나섰다. 목동 중개업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거래가 줄어들며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네이버 부동산 배지 여부가 민감한 문제로 부각돼 중개사 간의 갈등이 빚어졌다는 전언이다. 이에 네이버 부동산은 목동 중개사들의 의견을 수용, 배지 방식 대신 집주인 확인 매물 건수를 그대로 표시하기로 했다.
반면 세종시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운영하는 모바일 부동산 앱인 ‘한방’에 모여 여전히 수성(守城) 중이다. 5일 오전 기준 네이버 부동산에 등록된 세종시 매물 건수는 126건에 불과하지만 한방에 등록된 매물 건수는 8012개다. 세종 중개사들은 이번 ‘네이버 부동산 보이콧 사태’를 발판 삼아 세종시 부동산 매물을 ‘한방’에 집중할 것을 결의한 상태다. 4일 세종지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황기현 협회장은 세종의 결의를 전국에 확산시키고 한방을 활성화하는 데 주력하기로 밝혔다.
실제 한방은 황 회장의 역점 사업으로 알려졌다. 한방은 지난해 초 출시돼 대대적인 광고가 이뤄졌지만 지난해 8월 출시된 ‘KB국민은행 리브온’에 7위 자리(구글 안드로이드 부동산·홈인테리어 부문)를 빼앗겨 자존심을 구긴 상태다. 협회의 세종지부 관계자는 “중개사들이 단결한 이유는 거래가격 등 중개사의 고유 정보가 네이버 같은 대형기업에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단결에 구심점이 될 수 있는 것이 한방”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부동산은 목동과 세종 중개사들의 단체 반발은 네이버와 중개사 간의 소통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입장이다. 네이버는 2013년 자체 부동산 서비스를 운영했으나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직접 사업을 철수한 뒤, 부동산정보업체(CP)의 매물 정보를 받아 유통하는 방식을 취하게 됐다. 과거 중개사에서 네이버로 매물 정보가 직접 유통되던 것이 중간에 CP사를 거치게 된 셈이다.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직접 사업을 하던 시절에는 공인중개사들과 소통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플랫폼만 제공하기 때문에 중개사와 접촉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소통 문제로 비롯된 가장 큰 오해가 돈을 더 벌려고 네이버가 인증제를 시도했다는 주장이라고 네이버는 설명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CP사에서 넘어온 매물이 검증센터를 통과해야 네이버 부동산에 등록되기 때문에 네이버가 해결해야 할 허위매물 문제는 팔렸어도 고객 눈 앞에 방치된 매물뿐”이라며 “이를 해결하려 인증제를 시도한 것이고 네이버가 매물 유통으로 받는 고정비 500원은 그대로여서 방치매물을 줄이기 위해 들어가는 확인 비용으로 네이버가 수익을 올린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