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실리콘밸리’ 벵갈루루가 글로벌 IT 인재 블랙홀로 부상하면서 코끼리로 상징되는 인도 경제의 저력을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인도는 국가가 크고 도로 등의 인프라가 부족해 제조업 발전이 늦은 대신 일찍부터 IT 관련 아웃소싱과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달하면서 IT 산업 중심지인 벵갈루루에 인재들이 집결하게 됐다. 벵갈루루는 마이소르 고원에 있어서 ‘실리콘 고원(Silicon Plateau)’이라는 별명도 있다.
애플의 아이폰SE 생산공장,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우버 등의 사무실과 연구·개발(R&D) 센터 등 약 2000개 IT 기업이 벵갈루루에 터를 잡은 상태다. 인포시스 등 인도 대표 IT 아웃소싱 업체들도 바로 벵갈루루를 거점으로 하고 있다.
현재 인도 250만 IT 기술자 중 35%가 벵갈루루에서 근무하고 있다. 또 인도 IT 산업 매출의 40%를 벵갈루루가 차지하고 있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와 MS의 사티아 나델라, 어도비시스템스의 샨타누 나라옌에 이르기까지 미국 실리콘밸리 대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 중에는 인도계가 유달리 돋보이는데 이 또한 벵갈루루에서 IT 산업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뛰어난 인재들이 이 분야에 뛰어든 영향이라 할 수 있다.
벵갈루루는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량 등 IT 기업들이 진출을 노리는 첨단 자동차 분야도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쌍용자동차의 모회사인 마힌드라그룹은 2010년 벵갈루루 소재 전기차 업체 레바를 인수하고 나서 올해 우버와 손잡고 인도 곳곳에 충전소를 설치하기로 하는 등 전기차 보급 확대에 나섰다. 타타자동차는 벵갈루루 외곽에 비밀 시험장을 건설해 자율주행차량 기술을 실험하고 있다.
IBM이 퍼스널컴퓨터를 도입한 해인 1981년 인포시스가 설립되고 1983년 위프로가 본사를 벵갈루루로 옮기면서 인도 신생 IT 산업은 이들 양대 아웃소싱 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1984년 미국 반도체 업체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가 이곳에 공장을 열면서 벵갈루루는 국제적인 관심을 끌게 됐다. 1990년대 인도 경제자유화, 영어가 가능하며 고등교육을 받은 인재들, 미국에 비해 4분의 1에 불과한 인건비 등에 힘입어 벵갈루루는 ‘인도의 실리콘밸리’라는 지위를 더욱 확고히 다지게 됐다.
현재 벵갈루루에는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오히려 인재들이 벵갈루루로 몰려드는 것이다. 온라인 취업정보 업체 바바잡의 션 블래그스베드트 CEO는 MS에서 일하다가 12년 전 고향인 미국 시애틀을 등지고 벵갈루루로 이주해 자신의 회사를 설립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다가 벵갈루루로 자리를 옮긴 벤처 투자자인 바니 콜라는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젊은 인재가 헬스케어와 교육 디지털미디어, 핀테크 등 분야에 상관없이 인도 시장에 맞는 독특한 솔루션을 창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벵갈루루에서 스타트업들은 커다란 시장 기회와 함께 활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