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전남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의 확산 추세가 새해로 넘어오면서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방역당국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겨울 들어 현재까지 가금류 농가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8건이다. 모두 H5N6형으로 전남에서 6건, 전북에서 2건이 발생했다.
발생 지역은 △전북 고창과 정읍 △전남 영암과 고흥, 나주 등이다. 이같이 2개 도, 5개 시군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로 지금까지 27개 농가의 오리와 닭 등 가금류 64만5000마리를 살처분했다.
전남 중에서도 특히 영암은 4건의 고병원성 AI가 집중됐다. 지난달 10일부터 30일까지 신북면·시종면·덕진면 소재 종오리와 육용오리 농가에서 잇따라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전남도는 지난해 12월 19일 AI 발생 이후 3㎞ 이내 농가에 대한 살처분을 건의했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500m 이내만 살처분하도록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분별한 살처분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신속하게 반경을 예측하고 살처분을 단행했다면 지금 같은 확산을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시종면에서는 불과 600m 거리의 2개 농가에서 모두 고병원성 AI가 검출돼, 농장 간 수평감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나주의 경우 같은 농장에서 2년 연속 AI가 발생하면서 허술한 방역관리가 그대로 드러났다. 나주와 영암은 전국 최대 오리 산지다. 올해는 평창동계올림픽까지 앞둔 시점에서 보다 과감한 살처분과 이동통제 등 강력한 대응에 들어갔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새해 들어서도 AI 검출은 이어지고 있다. 전남 고흥 육용오리 농가의 도축장인 나주에서 전날 H5형 AI 항원이 검출됐다.
해당 농가는 지난해 12월 26일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고흥 육용오리 농가 방역대(3㎞ 이내)에 위치해 있다. 방역당국은 도축장을 폐쇄하고, 도축장 내 오리 지육을 전량 폐기했다. 또 해당 도축장의 계열화사업자인 사조화인코리아 소속 농가와 전남 전 지역에 대해 이날 0시부터 24시간 동안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발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