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와 시위가 엄격히 금지된 이란에서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가 닷새째 이어지자 그 배경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란 제2도시 북동부 마슈하드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1일까지 총 40개 도시로 확대했고, 그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 13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시위의 발단은 서민들을 옥죄는 생활고였지만 비난의 화살은 1979년 왕정 붕괴 이후 지속된 엄격한 이슬람 공화제로 향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중도·개혁파 하산 로하니 정권은 2015년 서방 6개국과 핵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에 2016년에는 핵 관련 제재가 해제돼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고 국민들을 다독였고, 한때 원유 수출 회복과 외자 유치가 실현되면서 국민들에게도 그 혜택이 충분히 돌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서 ‘반 이란’ 의지가 선명해져 공약인 국제융화 노선을 추진하기가 어려워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핵 합의 파기를 시사하면서 유럽 금융기관들이 이란과의 사업을 주저하게 됐고, 이란 경제는 기대만큼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경제는 침체감이 두드러졌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이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6년 12.5%에서 2017년에는 3.5% 정도로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상승률도 일시적으로 개선되었다고는 해도 10%대의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란의 통화인 리얄 가치는 하락일로여서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결국 이같은 경제난은 사회 문제로 번졌고 급기야 시민들을 거리로 나서게 만들었다. 시위 참가자들은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며 체제의 정점에 있는 이란 최고 종교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하메네이는 이란 대통령을 자신이 원하는 인물로 세울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시위대는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정부 정책에도 비난을 가하고 있다. 독재 정권을 지원하면서 정작 자국민의 생활고는 방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화 노선을 중시해온 로하니 대통령으로서는 난감할 수 밖에 없다.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무회의 연설에서 “국민은 자유롭게 비판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정부는 공공 재산이나 사회 질서의 파괴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일 트위터에 “훌륭한 이란 국민은 수년 동안 억압돼왔다. 그들은 음식과 자유에 굶주리고 있다. 변화를 위한 시간이다!”며 이란의 반정부 시위에 지지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