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형 조선사들의 잇단 유상증자 발표로 국내 조선업계를 둘러싼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중공업은 전 거래일 대비 28.75% 급락한 9만6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 때 9만62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도 16.18% 급락했고,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인 현대로보틱스는 3.74% 하락 마감했다.
이들 기업의 주가 급락은 현대중공업의 대규모 손실 전망과 유상증자 계획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4분기 3600억 원대 적자 전망과 함께 1조3000억 원 유상증자 방침을 26일 밝혔다.
앞서 삼성중공업 역시 이달 6일 대규모 적자 전망과 함께 1조5000억 원에 달하는 유상증자 방침을 밝히자, 당일 주가가 28.89% 급락한 바 있다. 이후 약세 흐름이 이어지면서 유상증자 전 1만2000원대였던 삼성중공업 주가는 7000원으로 주저앉은 상황이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의 유상증자 결정은 업계 불황에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 조치라는 평가다. 조선업계 특성 수주에서 인도까지 현금이 들어오는 데 1~2년의 시간이 걸리는데 2015년 전 세계적으로 조선업 발주량 급감한 것이 내년 일감 부족으로 이어지게 됐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조선업계의 잇따른 유상증자 소식에 단기적으로 투자심리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날 삼성증권과 하이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이베스트증권, 케이프투자증권 등 6곳이 현대중공업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조선주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가 우려된다며 현대중공업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렸다. 다만 목표주가(19만 원)는 유지했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에 이어 현대중공업의 4분기 영업손실과 대규모 유상증자 발표로 조선주 투자 심리가 악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내년 업황 회복으로 유상증자 여파가 단기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공존한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 조선사들의 잇따른 유상증자 발표로 조선업에 대한 단기 투자심리 악화는 불가피하겠지만, 수주 증가와 선가 상승 등 업황 회복이 예상되는 내년 2분기부터는 주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