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이뤄지는 미국 세제개혁의 최대 승자는 현지 기업들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상·하원이 이번 주 표결을 거쳐 감세안을 통과시킬 예정인 가운데 기업 실적이 내년에도 호조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연방 법인세 최고세율이 내년부터 35%에서 21%로 낮아지면서 기업 순이익이 평균 10% 증가하고 일부 기업은 그 증가폭이 30%에 이를 전망이라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나선 골럽 크레디트스위스 수석 미국 주식 투자전략가는 “감세가 미국증시 상장사들의 내년 순이익을 약 8~10% 증가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유와 철도 항공 은행 등 현재 비교적 높은 세율을 적용받으며 해외시장 매출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기업들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델타항공은 감세 효과로 내년 주당순이익(EPS)이 약 18~19% 추가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도 산하 기업들이 대부분 미국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실적 개선 효과가 클 전망이다. 투자은행 KBW는 감세로 버크셔의 순이익이 올해보다 약 15%, 금액상으로는 26억 달러(약 2조834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먼스&컴퍼니의 가이 바버 애널리스트는 “발레로에너지와 앤데버 등 정유업체들의 내년 주당순이익(EPS)이 감세 효과에 15~32%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와 허니웰 등 설비기업과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등 대형은행들은 약 20%의 감세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대부분의 기업은 현재 감세안 세부 내용을 검토해 실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는 단계에 있다며 그 혜택이 얼마나 될지 언급하는 것을 꺼렸다. 공화당 상·하원 지도부는 지난 15일 이견 조율 끝에 단일안을 도출한 것은 물론 당내 반대 의견을 표명한 의원들을 설득하고 나서 503페이지에 달하는 최종 법안을 발표했다. 델타항공 주가는 세제개혁 기대로 15일까지 1개월간 상승폭이 약 13%에 달한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훌륭한 우리의 세금 법안이 이번 주 의회를 통과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국세청이 이미 새 법안에 맞추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내년 2월부터 감세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세안은 잘못된 시스템을 고치고 일하는 가정에 대규모 세제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 “세제안 최종 통과까지 고작 며칠 남았다”며 “세제개혁은 중산층을 위한 가장 훌륭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FT는 세제개혁에 대한 기대는 뉴욕증시 S&P500지수가 올해 18% 오르는 주요 원동력이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