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포브스는 CSR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내년에 기업이 집중해야 할 트렌드를 최근 정리했다.
리서치업체인 콘커뮤니케이션이 얼마 전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의 70%는 기업이 자사 이익과 관련이 없는 사회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믿고 있다. 동시에 미국인 중 87%는 도덕적인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기업의 물건을 구매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3분의 2 이상 소비자는 자신의 신념과 반대 목소리를 내는 기업에 대해서는 관심을 끄고 싶다고 밝혔다. 기업이 사회적 논쟁에 어떻게 참여하는지가 수익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내년 CSR의 첫 번째 특징은 CSR에 적극적인 기업이 많아져 실수하는 기업도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홍보대행사 퍼블릭의 필 하이드 대표는 “내년에는 펩시의 켄달 제너 광고만큼 엄청난 실수는 아니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실수를 하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지난 4월 펩시는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을 소재로 광고를 만들었다. 그런데 숭고한 시위 정신을 가볍게 취급하고, 이를 광고로 만들어 돈을 벌려 한다는 비판을 받자 펩시는 광고를 공개한지 하루 만에 방영을 중지했다. 광고를 내리고 나서도 펩시는 물론 광고에 출연한 TV 스타 제너를 향한 비난은 계속됐다. 하이드 대표는 “소비자는 캠페인을 보는 순간 기업이 왜 그런 입장을 견지하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기업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사회 이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기업이 많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사회 운동을 독려하는 단체 펜턴의 펜스콧 브루도인 회장은 “기업은 점점 사업의 일환으로 CSR을 생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인권 보호, 친환경, 동물 실험 반대와 같은 전통적인 이슈에 기업들이 적극 참여하면서 CSR이 마케팅 수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가 영국 화장품 브랜드 더바디샵이다. 더바디샵은 오래전부터 동물실험 반대, 지구환경 보호, 공정 무역 등을 표방하며 이것이 브랜드 파워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세 번째는 CSR의 진정성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CSR을 단순히 기업의 이미지를 치장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기업도 많은데 이것이 적절하냐는 점을 두고 찬반 양론이 갈린다. 마케팅일 뿐이라고 해도 어찌 됐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그것으로 문제없다는 입장과 CSR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흑인 인권 운동을 소재로 한 펩시 광고도 이 논란에 속한다.
최근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SSGA)도 비슷한 모순을 보였다. SSGA는 지난 3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뉴욕 월가에 있는 황소 동상 맞은편에 소녀상을 세웠다. 대다수 기업 임원에 여성이 드물다는 점과 남녀 임금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관심을 촉구하기 위함이었다. 동시에 이날 SSGA는 자사가 투자하는 3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여성의 임원 진출을 높이는 지침을 발표했다. 그런데 여성의 경제 활동에 앞장서는 것처럼 보였던 SSGA는 지난 10월 노동부 조사 결과 여성과 흑인 직원에게 더 적은 임금을 지급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SSGA는 합의금으로 500만 달러(약 54억4350만 원)를 내고서 간신히 소송을 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