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1월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 미국 경제의 호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런 활기찬 모습이 얼마나 지속될지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6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정책은 이미 자신감에 차 있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사기를 진작시켰으며 전 세계적인 경기호황도 아직 초기 단계라며 내년까지 미국 경제의 단기 전망은 밝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트위터에 종종 올리는 허풍에 찬 글들은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아 논란을 촉발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주제, 즉 경제에 대해서는 그의 트윗이 거의 들어맞는다. 미국 경제가 현재 좋은 상태에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미국의 지난달 비농업 고용은 22만8000명 증가했으며 실업률은 4.1%로 17년 만에 최저 수준을 유지했다. 고용시장 호조에 저임금 근로자들의 임금도 오르고 있다.
미국 경제의 이런 호황은 트럼프가 성취했다기보다는 물려받은 유산에 가깝다. 뉴욕증시 S&P500지수는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25%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다음 해인 2009년 이후로는 195% 뛰었다. 트럼프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실업률은 10.0%로 정점을 찍고나서 4.7%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트럼프 비판론자들은 너무 트럼프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소비자와 기업들이 현재 가진 낙관론을 간과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이들은 증시가 위험할 정도로 고평가됐으며 조만간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단기적으로 위기에 놓이지 않을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거듭 강조했다.
미국은 물론 아시아와 유럽, 남미에 이르기까지 지난 1년간 전 세계에서 경기확장 동기화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3.3%로 3년 만에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성장률은 2.5%로, 201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 트럼프 정부가 무역정책을 잘못 펼쳐 미국 스스로 경기후퇴에 빠지거나 세계적인 호황기가 끝나면서 전반적인 충격이 올 수도 있다.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내년 제롬 파월 신임 의장의 취임 등 대규모 인사교체를 거치고 나서 긴축정책을 가속화시킬 위험도 있다. 트럼프가 연준 이사회 공백을 ‘매파’ 인사로 채우면 경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준은 내년에도 올해처럼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상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아직 신중한 금리인상 행보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자본지출 확대와 생산성 개선이 경제호황 지속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주도하에 전 세계적으로 고정자본 지출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기업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적 호조와 강한 GDP 성장률, 빡빡한 고용시장에 따른 생산 자동화 필요성 등이 기업 지출 확대를 이끌 전망이다. 트럼프 정부가 내년 법인세율 인하 등 감세안을 실시할 예정인 것도 기업 지출 확대에 긍정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생산성 개선이 매우 느린 속도로 이뤄졌다. 그러나 기업 자본지출 확대와 함께 생산성 개선 속도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낙관했다. 특히 미국 기업은 낮은 실업률 등으로 구인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하고자 재정비할 필요성이 커져 생산성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경제성장 지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호황은 주기적으로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아직 모멘텀이 충분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