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국내 정유·화학 기업들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가 늘어날 전망이다. 순차입금 규모가 줄어들며 ‘실탄’을 두둑이 확보한 기업들이 사업 확장을 위해 긴 투자 기간이 소요되는 신증설 대신 M&A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14일 증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SK이노베이션, LG화학, 롯데케미칼 등의 정유·화학사들은 순현금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내년도 SK루브리컨츠 상장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순차입금 규모는 -950억 원으로 줄어든다. LG화학은 -620억 원, 롯데케미칼은 -7940억 원으로 순현금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투자 여력이 확대된 정유·화학사들은 M&A에 본격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M&A를 통해 사업 시너지를 경험한 국내 기업들이 내년에도 사업 확장을 위한 기회로 M&A를 꼽을 가능성이 높다. SK종합화학은 올해 들어서만 2건의 M&A를 성사시켰다. 미국 최대 석유화학기업인 다우케미칼의 에틸렌 아크릴산 사업(EAA)에 이어 폴리염화비닐리덴(PVDC) 사업을 인수하며 종합 포장소재 전문 화학 기업으로 도약했다. LG화학은 팜한농을 인수하고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했다.
경영진의 M&A에 대한 의지도 높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글로벌 성장과 신사업 확대에 초점을 맞춘 전략적 투자와 M&A를 적시에 과감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역시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R&D도 있고 신사업도 있는데 가장 강력한 게 M&A”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석유화학 업계가 M&A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 데는 글로벌 석유화학 업계가 2014년 유가 급락 이후 저유가 시대를 맞이하며 신증설 투자 대신 기업간 M&A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석유화학업체들은 원유와 가스, 석탄 등 원재료 가격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어 3~5년이 소요되는 신규 투자를 확정하기보다는 M&A 투자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 세계 석유화학 시장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석유화학관련 M&A는 2013년 약 35조 원 규모에서 지난해 250조 원, 올해 300조 원 이상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증설 프로젝트가 부재한 상태에서 순현금 규모가 확대될 예정으로 2018년에는 국내 기업에서도 M&A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한다”며 “정유화학기업의 내년도 조직개편의 특징은 M&A 부서를 신설하거나, M&A 자금 한도를 늘리는 기업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황 연구원은 “국내 정유화학 기업의 경우 M&A 거래 이후 실적이 개선된 사례가 대다수로 성공적인 거래가 주를 이룬다”며 “윈윈(Win-Win) 거래가 M&A의 주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