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년 3월 대선 출마를 공식 표명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조직적인 도핑을 이유로 러시아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금지한 가운데 푸틴이 이를 호재로 이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푸틴은 6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200마일(약 320km) 떨어진 자동차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공장 근로자들과의 TV로 생중계된 회의에서 출마 요청에 응하는 형태로 대선 출마 선언이 이뤄졌다.
지난 2000년부터 푸틴은 대통령 또는 총리로서 권좌를 지켜왔으며 이번에 대통령 4기 재선을 노린다. 이번에 당선되면 그는 오는 2024년까지 대통령 자리를 지킬 수 있다.
독립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푸틴에 대한 지지율은 82%에 달해 내년 3월 18일로 예정된 대선에서 낙승이 예상된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병합해 국제사회의 지탄과 서구권의 제재를 받았다. 국제유가가 최근 수년간 낮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입혔다. 그러나 푸틴은 미국 등 서방국과의 대립을 통해 자신의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푸틴은 IOC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를 배제하기로 결정한 지 하루 만에 대선 출마를 선언해 서방 국가들과 정면으로 대립할 수 있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그는 이날 올림픽을 보이콧하는 대신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히면서 “IOC의 결정은 완전히 대본으로 미리 짜 놓은 정치적 동기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