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매기업 월마트가 거의 50년 만에 사명을 변경한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월마트는 공식 사명을 현재의 ‘Wal-Mart Stores Inc.’에서 ‘Walmart Inc.’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사명에서 가운데 ‘대시(-)’ 마크와 함께 ‘점포(Stores)’라는 단어가 빠진 것이다. 새 사명은 내년 2월 1일부터 적용된다.
월마트는 “우리는 지난 2008년 이후 매장 전면 간판과 쇼핑백, 카트와 광고 등에 가운데 대시 마크를 붙이지 않았기 때문에 사명 변경에 큰 비용은 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닷컴이 소매업계의 급격한 환경 전환을 주도하는 가운데 월마트는 오프라인 유통망에 연연하지 않고 온라인 유통에 사활을 걸겠다는 상징적인 조치로 사명 변경을 결정했다고 WSJ는 풀이했다. 덕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우리의 공식 사명이 쓰이는 곳은 제한돼 있다”며 “그러나 고객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쇼핑을 할 수 있다는 생각과 일치하는 사명을 가지는 것이 적절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월마트는 전 세계에서 1만1700개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온라인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왔다. 사명 변경도 회사의 이런 경영전략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이다.
창업주인 샘 월튼이 1962년 아칸소 주 로저스에 첫 번째 매장을 열면서 월마트의 역사가 시작됐다. 창업 초창기에 월마트는 ‘월튼의 5&10(Walton’s 5&10)’ 등 다양한 이름으로 매장을 열다가 1969년 ‘Wal-Mart Inc.’로 사명을 정했다. 1970년 월마트는 기업공개(IPO)를 하면서 사명에 ‘점포(Stores)’를 추가했다. 내년 정식으로 사명이 변경되면 48년 만에 변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들 점포는 여전히 월마트 매출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월마트는 최근 수년간 신규매장을 수백 개 여는 대신에 온라인 사업 확대와 기존 점포 개선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해 전자상거래업체 제트닷컴을 33억 달러(약 3조6086억 원)에 인수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분기(8~10월)에 월마트의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급증했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미국 인터넷 쇼핑몰 매출에서 아마존의 점유율은 40% 이상으로, 4%인 월마트를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세가 가파른 것은 월마트로서는 고무적인 현상이다. 반면 월마트는 다음 회계연도 미국에 신규매장을 약 24개 열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2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른 대기업들도 고객이나 투자자들에게 자사 전략의 대전환을 알리는 신호로 사명을 변경하고 있다. 고(故) 스티브 잡스는 지난 2007년 ‘애플컴퓨터’였던 사명에서 컴퓨터를 떼어내면서 애플이 앞으로 스마트폰과 다른 기기 등으로 사업 초점을 전환할 것임을 시사했다. 2007년은 바로 아이폰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보인 해다. 구글은 지난 2015년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사명을 알파벳으로 바꿨다. 인터넷 검색을 넘어서 자율주행차량과 로봇 등 다른 사업으로 활발하게 영역을 확장했기 때문.
인수·합병(M&A)과 분사 등도 사명 변경의 주요 계기다. 올해 럭셔리 핸드백 업체 코치는 경쟁사인 케이트스페이드를 인수하면서 사명을 태피스트리로 바꿨다. 패션기업 리미티드브랜즈는 지난 2013년 창업주이자 CEO인 레슬리 웩스너가 회사 산하 소매체인 리미티드를 매각하면서 사명을 엘브랜즈로 변경했다.
브랜드 컨설턴트인 앨런 애덤슨은 “변화의 한가운데 있는 기업들은 투자자들을 설득하려고 노력한다”며 “일부 기업이 사명 변경을 단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