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수소연료전지차를 앞세워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한다. 대상은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 이미 일본 토요타는 BMW와 기술협력을 체결했고, 혼다는 GM과 동맹을 맺은 상태다. 정의선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성장전략의 변화도 예상된다.
2일(현지시간) 세르지오 마르키오네 피아트크라이슬러 최고경영자(CEO)는 이태리 ‘알파 로메오 박물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현대차와 수소연료전지차와 변속기(감속기) 개발 등에서 기술 제휴를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와의 합병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FCA는 2014년 미국 시장 확대를 노린 피아트가 크라이슬러와 합병하며 설립됐다. 피아트는 알파로메오와 란치아, 고급차 브랜드 마세라티를 쥐고 있다. 미국 빅3 가운데 하나였던 크라이슬러는 지프와 닷지 등을 거느리고 있다. 두 회사가 합병해 탄생한 FCA는 글로벌 7위 수준이다.
FCA와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 협력관계는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현대차는 2세대 투싼을 베이스로 개발한 수소연료전지차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고 관련기술도 선두그룹에 속한다. 일본 메이커가 속속 수소연료전지차 기술을 앞세워 동맹을 확대하는 가운데 현대차 역시 파트너십을 모색하고 있었다.
전기차 다음 세대로 여겨지는 수소연료전지차 시장 규모는 현재로는 작다. 수소가스를 주입하는 게 아닌 수소를 주입해 전기를 일으키는 방식이다. 마음 먹으면 세울 수 있는 전기차 충전시설과 달리, 수소충전은 대대적인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
결국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가 뒷받침 되어야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단순하게 현대차 홀로 독자기술만을 앞세워 시장에 뛰어들면 한계가 뚜렷하다는 의미다.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판매량이 확보돼야 한다는 전제조건도 깊게 깔려있다. 이런 상황에 FCA의 파트너십 제안은 메리트가 충분한 러브콜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가 일단 칼자루(기술력)를 쥔만큼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트너십과 함께 현대차가 FCA 산하 특정 브랜드의 지분을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시에 현대차그룹내 기류변화도 감지할 수 있다. 프랑스 푸조를 비롯한 유럽 메이커의 러브콜에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현대차가 본격적인 파트너십을 추진하는 배경에 M&A 전략의 변화를 예상하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차는 1998년 기아차 인수 이후 대부분의 M&A를 건설과 증권, 제약, 전자 등 비(非)자동차 산업에 투자해 왔다.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던 독일 폭스바겐과 일본 토요타 등이 꾸준히 자동차 분야(경차와 트럭, 모터사이클 메이커)에 집중한 것과 다른 양상이었다.
반면 친환경차와 자율주행, 공유경제 등 새로운 패러다임이 격하게 몰려오면서 현대차그룹 내부에도 새로운 기류가 형성됐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같은 기류 변화의 중심에 그동안 끊임없이 성장전략의 변화를 추구해온 정의선 부회장이 존재한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충분히 얻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2018년 2월 2세대 연료전지차를 출시할 예정인 현대차의 연간 생산목표가 약 3000대에 불과해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외부와의 협력이 필수”라며 “외부업체와 협력이 현대차 기술력에 대한 인정과 대량생산의 조기 구축 가능성으로 이어져 긍정적이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