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의 선두 주자 비트코인이 탄생한 지 8년 만에 1만 달러(약 1090만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가상화폐 전문 정보업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27일(현지시간) 한때 9732.76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9000달러 선을 돌파한지 하루 만에 9700달러 선도 깨지는 등 파죽치세로 치솟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트코인 가격이 8000달러에서 9000달러로 1000달러 오르는 데 7거래일이 걸려 최단 기간 상승 기록을 깼다고 분석했다. 이전 기록인 3000~4000달러의 8일, 5000~6000달러의 9일 모두 올해 세워진 것이다. 올 들어 지금까지 비트코인 가격은 약 9배 뛰었다. 비트코인은 탄생 이후 1000달러로 오르기까지 1230일, 2000달러 선까지 1269일의 시간이 각각 걸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투자 열기는 비정상적일 정도로 매우 뜨겁다는 평가다. 크리스 웨스톤 IG그룹 수석 시장 투자전략가는 “비트코인 열기에 소외될 것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뛰어들면서 시장에 또 다른 매수 광풍이 불고 있다”며 “한 마디로 ‘미친 모멘텀(Mad Momentum)’이 비트코인 가격 폭등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뜨거운 열기에 세계 중앙은행들은 두 가지 고민에 직면하게 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첫 번째는 비트코인처럼 정부가 발행하지 않는 디지털 가상화폐의 출현과 빠른 성장에 중앙은행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두 번째 고민은 공식적인 가상화폐 발행 여부다.
전문가들은 민간화폐(Private Currency)가 금융시스템과 통화공급에 대한 중앙은행의 통제력을 약화시켜 궁극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조절하는 통화정책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비트코인 등 새로운 형식의 화폐에 어떻게 규제의 틀을 확립할지도 중앙은행들 사이에서 정립되지 않았다. 나라마다 가상화폐를 보는 시각도 서로 다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일찍부터 가상화폐를 연구했지만 입장 표명에는 매우 신중하다. 다만 제롬 파월 현 연준 이사 겸 차기 의장은 연초 “가상화폐는 여전히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 통제와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며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가상화폐는 프라이버시가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사상 최대 버블 중 하나였던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광풍을 떠올리면서 비트코인을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비트코인이 결제보다는 투기 수단에 가깝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영국 영란은행(BOE)은 금융혁명을 일으킬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가상화폐를 받아들일 여건이 성숙했다고 보고 있지만 중앙은행이 전면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본은행(BOJ)은 아직 가상통화에 대해 더 배우고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가상화폐가 범죄수단으로 쓰이는 것을 경계하면서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