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은 인생의 중요한 관문이다. 이를 인공지능(AI)이 결정한다면 어떨까. 일본 기업들은 이미 채용 절차에 AI를 활용하는 추세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1일 전했다.
일본 취업정보 업체 마이네비는 올해 9~10월 상장기업 274곳을 대상으로 채용절차에 AI를 활용할 것인지 물었다. ‘AI를 전형에 이용하고 싶지 않다’는 응답은 30%에 그쳤다. 이용 방안으로는 46%의 기업이 필기시험에 활용하겠다고 답했으며 서류 심사에 도입하겠다는 기업은 37%였다. 면접에 AI를 이용하겠다는 기업들도 약 9%였다.
소프트뱅크는 5월부터 서류전형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문을 두드리는 지원자는 연간 수만 명에 달한다. 소프트뱅크는 미국 IBM의 AI ‘왓슨’에 지금까지 채용된 지원자의 서류 수만 건을 학습시켰다. 왓슨은 이를 토대로 기존 합격자와 지원자의 서류를 비교해 통과 여부를 결정한다. 나카무라 아키타 채용기획과장은 “서류를 심사하는데만 연간 약 680시간이 걸렸지만 AI를 활용하면서 시간을 75% 단축했다”고 말했다.
채용컨설팅 업체 탤런트 앤 어세스먼트(T&A)는 10월 말 AI 면접 앱을 출시했다. 스마트폰으로 60~120문항을 물으면 지원자가 동영상으로 답변하는 형식이다. AI는 답변 내용과 목소리, 표정 등을 분석해 기업에서 필요한 11가지 자질을 수치로 나타낸다. 기업은 T&A가 산출한 내역을 검토해 채용 여부를 판단한다. 지원자는 언제 어디서든 면접을 볼 수 있고 기업은 단시간의 면접에서 알기 어려운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계란 생산·판매 업체 아키타는 내년부터 서류전형 이후 약 100여 명의 지원자에게 AI 면접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업과 달리 지원자들은 AI에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다. 마이네비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56.2%가 AI 면접을 반대한다고 답했다.
유럽에서는 인권 및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AI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온다. 유럽연합(EU)이 내년 5월부터 실시하는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에는 ‘AI 등에 의한 자동 처리만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않을 권리’가 명시돼 있다. 야마모토 다쓰히코 게이오대학 교수는 “상관관계는 있어도 인과관계는 없는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사람의 운명에 대한 판단을 내리면 자신도 모르게 불리한 판단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취업지원시설 관계자는 “실수나 개인적인 취향에 좌우되지 않는 점은 AI가 인간 면접관보다 뛰어나겠지만 AI의 평가 기준이 정말 옳으냐에 대해서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