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시장 빅픽처 그리는 중국…배터리 필수 원자재 ‘리튬’ 공급망 장악

입력 2017-11-21 17:07 수정 2017-11-2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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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래 리튬 등 필수 금속 공급망 독식 가능성…중국 수요 폭증에 리튬 가격 ‘천정부지’

▲중국 톈치리튬과 미국 앨버말 합작사인 탈리슨리튬의 호주 리튬 광산. 출처 블룸버그
▲중국 톈치리튬과 미국 앨버말 합작사인 탈리슨리튬의 호주 리튬 광산. 출처 블룸버그

중국이 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이른바 ‘빅 픽처’를 그리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개발에 올인하는 동안 중국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배터리에 필수로 들어가는 리튬 공급망을 은밀히 장악하고 있다.

투자업체 이스트캐피털의 프랑수아 페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20일(현지시간) 미국 CNN머니에 “중국 정부는 국영기업들에 은밀히 해외 리튬 사냥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며 “앞으로 수년 안에 중국은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과 기타 금속 공급망을 독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외교부의 겅솽 대변인은 CNN의 이같은 질의에 대해 “리튬 공급과 관련된 중국의 투자 추세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며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의 리튬 공급망 장악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독일 BMW와 전기차 합작생산을 추진 중인 중국 창청자동차는 지난 9월 호주 리튬 광산업체 필바라미네랄스 지분 3.5%를 인수하면서 5년 공급 계약도 맺었다. 중국 최대 배터리 생산업체인 간펑리튬은 한 아르헨티나 리튬 개발 프로젝트 지분 19.9%를 사들였다. 지난해 톈치리튬은 칠레 리튬 개발 선두업체인 SQM 지분 2%를 매입했다.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 미네랄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국의 왕성한 수요 여파로 글로벌 리튬 가격은 이미 올 들어 40% 이상 올라 t당 1만4000달러(약 1535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벤치마크 미네랄스 인텔리전스의 사이먼 무어스 전무이사는 “리튬 시장에 전례 없는 강세장이 펼쳐지고 있다”며 “리튬 공급망을 장악하는 자가 전기차시장의 미래도 통제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중국은 또다른 배터리 원자재인 코발트 공급망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코발트는 현재 공급 부족 상황이며 중앙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이 글로벌 코발트 공급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콩고에서 가장 큰 코발트 광산 다수 지분을 25억 달러 이상에 매입해 장기 공급 물량도 확보했다. 페린은 “해당 거래 이후 글로벌 코발트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서방 기업들이 중국의 이런 야심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네바다 주 사막에 기가팩토리를 건설한 사실은 익히 알려졌지만, 중국이 전기차용 배터리 글로벌 공급량의 약 3분의 2를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은 생소하다. 또 현재 건설 중인 20여 개 대규모 배터리 공장의 절반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일본 시장조사기관 후지경제에 따르면 전기차 등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규모는 지난해의 1조4000억 엔에서 오는 2025년에 6조6000억 엔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원재료에서 배터리에 이르기까지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하면서 사실상 전기차 시장 주도권도 쥐게 되는 형국이다. 무어스는 “이미 서방 기업들은 파티에 늦었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세계 자동차 업계는 중국의 의도를 알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태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강국’을 천명하면서 그동안 중국시장 의존도를 높여온 해외업체들도 중국의 정책에 부응할 수밖에 없게 된 탓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전기차 등 신에너지 차량 판매 대수를 2016년의 50만 대에서 오는 2025년 700만 대까지 늘린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9월 말에는 2019년부터 자동차 업체들에 일정 비율 이상의 신에너지 차량 생산과 판매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도요타 등 자동차 업체들은 지난 17일 개막한 중국 광저우 모터쇼에서 잇따라 전기차 신차 출시계획을 발표했다. 도요타는 오는 2020년에 중국에서 자사 브랜드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중국 내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과 생산에 오는 2025년까지 총 100억 유로를 투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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