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미<사진> 한국예탁결제원 전자증권추진본부장의 이력에는 매번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는 증권 유관기관의 첫 번째 대졸 여성 중견사원으로 1991년 예탁결제원(옛 한국대체결제주식회사)에 입사했다. 이후 첫 여성팀장을 거쳐 2007년 첫 여성부서장으로 임명되어 화제를 모았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년, 김 본부장은 예탁결제원 설립 43년 만에 최초로 여성임원 자리에 올랐다. 그는 “입사 당시만 해도 여성 동기는 저를 포함해 단 4명뿐이었다”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지금은 여성 채용 비율이 절반에 가까워질 정도로 늘어났고, 걸맞은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만큼 자연스레 여성임원이 늘어날 것 같다고 말을 이었다.
김 본부장이 걸었던 길은 ‘유리천장 부수기’라는 상징성에 머물지 않았다. 26년 동안 증권대행부터 대차, 파생, 펀드, 조사개발, 고객지원까지 각 부문을 두루 거치며 핵심 업무를 성공적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2005년에는 증권대차·Repo시스템을 수출하기 위해 태국 파견 생활을 하기도 했다.
“신사업을 개발해서 정착시키는 일을 주로 해왔다”는 그의 말처럼 이번에 맡은 전자증권추진본부의 일도 결코 녹록지 않다. 전자증권제도는 예탁결제원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사업이다. 2019년 9월 시행을 목표로 계획 수립과 전문 컨설팅을 거쳐 시스템 구축 단계에 접어들었다. 전자증권제도가 도입되면 실물증권을 발행하지 않고 전자적인 방법만으로 증권의 발행부터 유통, 권리행사 등의 제반업무를 처리하게 된다. 이미 영국과 일본 등 주요 자본시장은 일찌감치 전자증권제도를 시행해 증권예탁결제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였다.
김 본부장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실물증권이 없어진다는 것은 화폐가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의 대변혁”이라며 “그만큼 성공적인 제도 도입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전자증권추진본부는 그의 지휘 아래 시스템통합(SI) 사업자를 선정해 시스템 설계 및 개발을 진행하고, 하위 관계 법령을 정비하는 작업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전자증권제도 도입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국민 홍보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성공적인 제도 도입을 위한 동력을 그에게 물었다. 김 본부장은 “금융서비스 업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맨파워”라며 “최대한 직원들의 역량을 끌어내서 좋은 결실을 맺고 싶다”라고 포부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