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8일 오전 11시 국회에서 연설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5개국 순방 일정 중 유일한 국회 연설인데다, 우리나라에선 25년 만에 이뤄지는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건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을 메시지다.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는 물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 분야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앞서 일본 방문 중 재계 총수들 앞에서 ‘무역 불공정’을 공개 언급한 만큼, 우리나라 국회의원들 앞에서도 한미 간 첨예한 경제·안보 현안을 직접 거론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보여준 거침 없는 화법을 고려하면 ‘돌출 발언’이 나올 수도 있다. 청와대에서도 우려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백악관 측에 국회 연설의 중요성과 의미를 수차례 전했다는 후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중 국회의원들의 박수가 몇 번이나 나올지도 관심거리다.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째로 국회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엔 입·퇴장을 포함해 모두 23번의 박수가 나왔다. 다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도했을 뿐, 자유한국당 등 대다수 야당 의원들은 ‘중간박수’에 인색했다. 그러나 이번엔 여야가 함께 연설 사이사이에 박수를 보낼 것으로 관측된다. 한 민주당 의원은 “한국당 의원들에겐 우리나라 대통령보다 미국 대통령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을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민중당 김종훈 상임대표는 지난 6일 동료 국회의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무기강매’ ‘통상압력’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결코 ‘박수치는 태도’로 들어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민중당 소속 의원이 김 대표와 윤종오 의원 둘 뿐이라는 점에서 파급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8000명이 투입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경호도 시선을 붙들 요인이다. 8일엔 일반인의 국회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외빈 차량을 제외한 차량의 경내 주차는 불허된다. 경찰은 ‘트럼프 방한 반대 시위’가 여의도에서 예고됨에 따라 시위자들의 경내 진입을 막기 위한 예방 조치로 국회의사당 둘레에 경호·경비 인력을 배치하고 경내에도 투입하기로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 연설 전 정세균 국회의장 등과 사전 환담을 한다. 이 자리엔 정 의장과 심재철·박주선 국회부의장,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 등이 초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