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진실화해위원회가 권고한 사건에 이어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사건도 재심 청구에 나섰다.
대검 공안부(부장 권익환 검사장)는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김모 씨 등 145명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결정에 따라 전국 26개 검찰청은 관할 법원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한다. 법원이 청구를 받아들이면 이들은 다시 재판을 받게 된다. 검찰은 진실화해위원회가 권고한 태영호 납북사건 등을 지난달 두차례에 걸쳐 재심을 청구한 바 있다.
1978년 당시 30세였던 김 씨는 해외에서 건설 노동자로 일하다가 귀국한 후 '유신헌법은 삼권분립에 반해 국민의 찬반토론 없이 제정됐으므로 철폐돼야 한다'는 내용의 서신을 청와대로 보냈다는 이유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긴급조치 9호에 따르면 유신헌법을 부정 또는 비방하거나 폐지를 주장·선동할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1975년에 제정돼 4년 만에 폐지될 때까지 박정희 정권을 반대하는 이들을 탄압하는 명분으로 사용됐다.
헌법재판소는 2013년 3월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국민주권주의에 비춰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고, 학생의 집회·시위의 자유,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 내지 대학자치의 원칙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긴급조치 위반으로 처벌받은 996명 중 420여 명에 대해 아직까지 재심 청구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대검 관계자는 "앞으로 긴급조치 1호, 4호 위반으로 처벌된 사건 등도 순차적으로 검토해 직권 재심 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