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재판부에 대한 믿음, 더는 의미없다" 변호인단 사의 뜻 밝혀

입력 2017-10-1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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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65)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재판에 넘겨진 이후 처음으로 심경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이제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향후 재판은 재판부 뜻에 맡기겠다"라며 변호인단 사임 의사를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속행 공판에서 써온 종이를 보고 4분여간 이같이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4월 17일 구속된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서 입을 열었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돼 지난 6개월은 참담하고 비참한 시간이었다"라며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배신으로 되돌아왔고 이로 인해 저는 모든 명예와 삶을 잃었다"고 했다. 그는 "저를 믿고 국가를 위해 공직자와 국가 경제를 위해 노력하던 기업인들이 피고인으로 전락한 채 재판을 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라며 "하지만 염려해준 분들께 송구한 마음으로 공정한 재판을 통해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마음으로 담담히 견뎌왔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는 "사사로운 인연을 위해서 대통령 권한을 남용한 적 없다는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믿음과 법이 정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심신의 고통을 인내해왔다"고 했다.

'무죄'를 주장할 때는 단호한 목소리로 변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저는 롯데, SK뿐만 아니라 재임기간에 그 누구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다"라며 "재판 과정에서도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님이 충분히 밝혀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재판부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사실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이 6개월 동안 수사하고 법원은 6개월 동안 재판했는데 다시 구속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저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라며 "변호인들은 물론 저 역시 무력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했다. 이어 "(변호인단 사임으로) 더 어렵고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겠다. 저를 믿고 지지해주는 분들이 있고 언젠가는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와 재판이 '정치 보복'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법치 이름을 빌린 정치 보복은 제게서 마침표가 찍혔으면 한다. 이 사건의 역사적 멍에와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다"고 했다. 이어 "모든 책임을 제게 묻고 저로 인해 법정에 선 공직자와 기업인들에게 관용이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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