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개혁 요구는 역대정부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비위(非違)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 공공기관 개혁에는 정권공신의 논공행상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공공기관 개혁 낙하산 인사로 실패 = 역대 정부에서 정권공신의 보은인사는 계속돼 왔다. 한국가스공사·한국광물자원공사·한국석유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08년부터 현재까지 임명된 165명의 임원진 중 38명(23%)이 낙하산 인사다.
한국가스공사의 경우는 43명 중 절반에 달하는 44.2%를 차지했다. 해당 기관들은 해외 자원개발 실패로 국가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자원 공기업들이다. 가스공사 비상임이사(25명) 중 낙하산 인사는 12명(48%)에 달했다. 대다수가 업무의 연관성·전문성과는 무관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A비상임이사는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 언론특보 및 당선자 대변인실 자문위원을 지낸 인물이다. 해군 사령관을 지낸 B비상임이사도 뉴라이트안보연합 공동대표로 대선 당시 이 후보를 지지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도 2007년 이명박 후보 대선준비팀 부팀장과 2012년 박근혜 후보 종합상황실 부단장을 맡았던 C씨가 감사로 임명됐다. 박근혜 후보 중앙선대위 공동여성본부장을 맡았던 D씨는 상임감사위원으로 임명된 케이스다.
한국석유공사도 예외는 아니다. MB정부에서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E씨와 한나라당 선대위 체육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F씨, 한나라당 제17대 대통령 선대본부 경제살리기 특위위원이던 G씨 등 수두룩했다.
◇채용비리 등 비위 종합세트 = 최근 감사원과 산업부가 감사를 벌인 공공기관 실태(2012년부터 현재까지)를 보면 강원랜드는 기관장의 지시로 자격요건에 미달하는 국회의원의 비서관을 채용시켰다. 대한석탄공사는 권혁수 전 사장의 조카를 채용, 정규직 전환도 이뤄졌다.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공모 절차를 생략하고 재단 직원의 출신고교·퇴직자·유관기관으로부터 추천받는 특별채용을 해왔다. 이처럼 산업부 산하기관들의 채용비리는 감사 대상 28곳 중 25곳에서 드러났다.
비정규직 직원의 임금을 체불하는 공공기관도 적지 않다. 충남대병원·한국전력기술·제주시청·경북대병원 등 공공기관 109곳은 계약직이나 기간제 직원의 임금 46억원 가량 주지 않았다.
공기업이 퇴직자단체나 특정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경우도 만연했다. 올해 3월 감사원은 남동·중부·서부발전의‘터빈로터 정밀진단용역 수의계약 체결’에 대해‘주의’조치를 받은 바 있다.
‘A사만 용역수행이 가능한 초음파 검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수의계약을 한 것이 문제였다. 다른 회사도 용역수행이 가능하나 일반경쟁에 붙이지지 않고 한전 퇴직자 H씨 지분(73%)이 있는 회사에 준 경우다.
한전의 경우도 퇴직자단체인 한국전력전우회가 출자한 JBC에 2012년부터 올해 9월까지 4792억 7700만원의 계약을 몰아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중부발전 역시 2012년부터 현재까지 총 14명의 퇴직 임직원이 자회사·출자회사에 취업하면서 ‘제 식구 배불리기’를 일삼았다. 퇴직 임직원 7명이 동일한 회사인 상공에너지에 재취업했으며 총 293억5802만원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스공사는 퇴직자단체인 LNG사우회가 출자한 회사 청우인텍과 2012년부터 지금껏 59억4400만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퇴직자단체에서 활동한 현직 임직원들은 가스공사 임직원 행동강령상 일부 문제의 소지가 있어 8월 24일 탈퇴한 상태다.
현직 임직원도 퇴직자단체에서 활동하다, 가스공사 임직원 행동강령상 일부 문제의 소지가 있어 8월 24일 현직 임직원 전원이 탈퇴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역대정부에서 공공기관 개혁을 실패한 것은 보은 인사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문재인 정부가 아직은 공공기관장을 본격적으로 임명을 하지 않았지만, 국민연금 이사장 등 일부 공공기관장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며 “아무런 기준 없이 소위 정권 창출에 도움을 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공공기관장에 선임하는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이어 “문재인 정부가 공직자의 인사 기준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장에 대해서도 기준과 원칙을 제시하고, 임기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낙하산 인사 적폐를 해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