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이 급물살을 타면서 국내 산업계가 바싹 긴장하고 있다. FTA 개정의 여파가 자동차, 철강, 가전 등 산업계 전반에 미칠 전망이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와 철강 부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후 줄곧 불만을 제기했던 터라 FTA 재협상의 가장 큰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재계는 FTA 개정으로 인한 미국 수출 관세 부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완성차 부문의 경우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의 관세가 지난해 1월 폐지됐다. 미국 시장 수출시 관세를 부과받는 일본, 유럽 브랜드보다 관세 혜택이 많은 셈이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부진의 늪에 빠진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미국 수출 관세 부활이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관세가 부활하면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에서의 차량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내 최대 강점 중 하나인 가격 경쟁력의 하락이 예상된다. 현대·기아차의 미국시장 수출 비중은 지난해 현대차 33.2%(33만5762대), 기아차 30.6%(33만2470대)다.
철강업계도 한미 FTA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철강제품은 세계무역기구(WTO)의 협정에 따라 한미 FTA 발효와 상관없이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다. 철강제의 경우 한미 FTA로 인한 관세와는 무관한 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산업의 무역불균형을 꾸준히 거론해 온 만큼, 한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 등의 장벽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철강의 약 81%가 이미 반덤핑이나 상계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미국의 한국 때리기 공세에 가전업계도 숨죽이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5일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가정용 대형 세탁기가 자국 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한국산 가정용 대형 세탁기 긴급 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 수출한 세탁기는 약 10억 달러(약 1조1400억 원) 규모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앞서 미국에 가전 공장을 건립한다고 했지만 미 정부가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면 당분간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