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티아 나델라(50) 현(現)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와 MS 창업자인 빌 게이츠(61). 이들에게는 MS라는 거대 IT 공룡기업의 전·현직 수장이라는 연결고리가 있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한 자리에서 듣는 경우는 드물었다. 게이츠가 회사 일에서 손을 떼고 자선사업가로 변신한 이후 회사와 관련한 언급을 자제해왔기 때문. 그러나 나델라 CEO의 새 자서전 ‘히트 리프레쉬(Hit Refresh·새로고침을 눌러라)’ 출간을 앞두고 두 거물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 함께 응해 눈길을 끌고 있다.
나델라는 MS가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2014년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전임자인 스티브 발머 CEO가 뒤늦게 모바일 사업에 베팅한다면서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부를 72억 달러(약 8조1784억원)에 인수한 게 계기였다. 발머의 후임자로 나선 나델라는 과감히 휴대폰 사업을 정리하고 대신 인공지능(AI)과 상업용 클라우드컴퓨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그 결과 클라우드 서비스의 약진에 힘입어 MS는 성장세 회복에 성공했다.
나델라는 26일 출간된 자서전에서 그가 이끌었던 회사의 변화와 턴어라운드 전략, IT 기술발전의 미래, 자신의 개인사 등 다양한 내용을 담아냈다. 게이츠는 이 책의 서문을 직접 작성해 그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나델라의 인간성과 실용주의적 경영 노하우 등을 높이 칭찬하기도 했다. 게이츠는 “IT 산업도 성숙단계에 접어들면서 CEO에 기대하는 것들도 그만큼 성숙해졌다”면서“사티아는 많은 사람들과의 협업에 타고난 능력을 갖췄으며 기분 나쁘지 않은 방식으로 상대방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일러준다”고 말했다.
게이츠와 나델라는 이날 인터뷰에서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을 경영 덕목으로 꼽았다. 나델라는 “모든 사업이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나고, 명확하지 않은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목적인데 이는 곧 혁신과도 연결된다”면서 “공감과 호기심을 갖지 않는다면 우리가 혁신을 이뤄낼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인도 공무원인 아버지와 산스크리트어 학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나델라는 21살이 되던 해인 1988년 석사 학위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왔다. 이후 1992년 MS에 입사, 차근차근 승진 코스를 밟아나갔다. 현재 세 아이의 아버지인 나델라에게 21살 된 큰아들은 아픈 손가락이다. 그는 뇌성마비로 태어난 큰아들이 자신의 삶과 일에 대한 관점을 바꿔주었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두 사람은 경영철학에서부터 기술 진보의 위험성,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이슈가 된 이민정책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