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도입된 '의무고발 요청제도'가 '대기업 봐주기'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도입된 지 4년이 지나도록 중소벤처기업부가 대기업을 상대로 의무고발을 요청한 건수는 모두 4건에 불과했다.
2014년에 도입된 의무고발 요청제도는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 대해 전속고발권을 지닌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이나 과징금만 부과한 사건이라도 중기부가 요청하면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하는 제도다.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이 중기부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인 '의무고발 요청 사건처리내역'을 보면 의무고발 요청제도가 최근 3년 반 동안 중기부에 접수된 공정위 미고발 사건 237건 가운데 5.9%인 14건에 대해서만 중기부가 공정위에 의무고발을 요청했다.
특히 14건 중 대기업은 LG전자와 SK C&C, CJ대한통운, 아모레 퍼시픽 4곳(1.7%)에 그쳤다.
중기부는 지난해 접수된 대기업 사건 중 기아자동차가 판매대리점 직원채용에 부당 간섭한 ‘거래상 지위남용의 건', 대림건설이 하도급 업체에 지연이자를 미지급한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에 관한 건 등에 대해 고발을 요청하지 않았다.
또 2015년 접수 사건인 GS홈쇼핑, CJ오쇼핑, 홈앤쇼핑, NS홈쇼핑, 우리홈쇼핑, 현대홈쇼핑 등 홈쇼핑 기업들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 및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제일기획, 이노션 등의 '불공정하도급 거래행위에 대한 건', 농심의 '거래상지위남용행위등에 관한 건', LG유플러스와 KT의 '시장지배적지위남용에 대한 건' 모두 미고발처리 됐다.
2014년도에 접수된 한화에 대한 '특정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건' 2건과 금호, 롯데, 신세계에 대한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 건 역시 중기부에 사건이 접수됐으나 고발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김 의원에 따르면 고발 요청 여부를 결정하는 중소기업벤처부의 '의무고발요청 심의위원회'는 4년여 동안 단 7차례만 열렸다. 그나마 제도 시행 첫해인 2014년엔 5차례 개최됐지만 2015년엔 4차례, 작년엔 두번 밖에 열리지 않았다. 올해도 7월말까지 3차례 회의가 진행된 것이 전부다.
또 작년과 올 해 접수된 CJ제일제당의 구속조건부거래행위등에 대한 건은 아직도 추가자료를 검토 중이며, 피자헛의 가맹사업법위반행위에 대한 건은 아직 심의위원회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는 등 14건의 사건이 결론을 내지 못한채 발이 묶여 있다고 김 의원은 설명했다.
김 의원은 "우여곡절 끝에 도입된 의무고발요청제도가 중소벤처기업부의 '대기업 눈치보기' 때문에 유명무실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범정부 차원에서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중기부 전문 인력 충원 및 심의위원회도 보강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