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이별의 미학(美學)

입력 2017-09-2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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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有終)의 미(美)라는 말이 있다. 끝이 좋아야 다시 편히 만날 수 있다. 재회(再會)라는 말의 어감을 곱씹어보면 이유 모를 ‘심쿵’함이 툭 하고 터진다. 반발할 수 없다. 이처럼 바라든 바라지 않든, 우리는 늘 그러하듯 새로운 만남보다 헤어짐에 서툴다. 준비가 안 됐기 때문이라고 푸념하지만 만남 또한 뜻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걸 떠올려보면 준비는 변명에 불과하다.

언제라도 만남이 있을 수 있고, 또 언제라도 헤어질 수 있다. 사랑의 인연이 그렇고, 생명의 탄생과 죽음 또한 준비의 시간을 그리 많이 주지 않음은 많은 것을 대변한다. ‘잘’ 헤어지기 위함이란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 속에서 후회 없는 관계가 전제되어야 함을 이렇게 교육받는 느낌이다.

헤어졌던 누군가와 다시 만날 때 외면한 기억을 떠올려보자. 이유가 무엇이었든 재회의 순간을 염두에 두지 않았음은 자명하다. 그 사람과의 헤어짐에서 내뱉었던 막말이 이유일 수 있고, 여러 예비거래처 중에 탈락한 업체 직원이 된 내가, 전화를 미처 받지 못해 벌어진 해프닝이 또 다른 이유일 수도 있겠다.

저세상에서 다시 만날 먼저 가신 부모와의 재회는 어떤가? 애써 외면한다고 되는 것도 아닌 것이 뭐 그리 숨길 게 많은지 모르겠다. 사랑도, 사람도, 그리고 인연의 연(然) 또한 처량하기 그지없다. 끝은 그렇듯 슬프다.

SNS(Social Network Service)의 세상이다. 불과 몇 명만 거치면 그 누구도 친구의 친구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지금이다. “○○○의 페이스북 친구인가요?” SNS는 늘 나에게 묻고, 나도 그에게 또 심심찮게 건네는 인사말이다. 간혹, 불미스러운 관계였던 친구의 친구를 만날라치면 속이 뜨끔하기도 하다. 친구와의 헤어질 시점을 회상하며 ‘좀 더 좋게 헤어질걸…’ 하고 후회도 하지만 그것이 사랑이라면 때는 늘 늦다. SNS가 있기에 만남보다 헤어짐의 미학이 더 요구되기는 할지라도 때는 이미 늘 그렇듯 늦기 일쑤다.

반대로 뒤집어보자. 이 세상이 반가운 것은 늘 새로운 것이었나? 첫인상의 멋스러움이 나의 이별을 치유해줬는지를 되새겨본다면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 세상이 나는 반갑다. 웃을 수밖에 없는 환희(歡喜)지만 나는 그 어떤 첫인상보다 그녀의 뒷모습이 하염없이 반갑다. 헤어짐의 아련함에 발길이 떼어지지 않고, 그 뒷모습만큼 애틋함이 절절하다. 헤어짐에 후회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당신에게 전이된다. 그렇듯 같이 커가는 세상이 되고 싶다.

‘욕심(欲心)’. 당신을 잘 이해하지도, 알고 싶지도 않지만 늘 옆에 있다. 보이지도 않지만, 그림자보다 더 잘 따라다닌다. 엄마 잃은 고아가 젖 달라며 징징대듯 욕심은 그렇게 나의 고아(孤兒)가 된다. 욕심은 나를 만나듯, 당신의 마음을 느끼고, 당신은 저 살기 위함의 이유가 된다. 모두가 욕심으로 시작돼 번민과 외로움으로 하나가 된다. 참으로 기구(崎嶇)하고 힘들다.

힘들지 말자. 욕심 없이 이별할 줄 아는 나를 만들자. 헤어질 때 슬픔도 부리지 않을 만큼 호기를 부리고, 다독거림이 멋쩍을 만큼 당당해 보자. 그것이 쉽지는 않겠으나 욕심을 버린 만큼 배우는 그 무엇이 있지 않겠는가. 사람의 인생이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인 것을. 세상 이치는 뿌린 씨앗이 터 오르는 만큼인 것을. 다시 또 재회의 심쿵이 머지않음을 그렇게 한 시절 또다시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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